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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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해외도피 수배자 3779명…“국내송환은 절반도 안돼” [사사건건]

#.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이른바 ‘마약음료’를 배포한 사건의 주범 이모(26)씨. 그는 지난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경찰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했는데 중국 공안에 불법체류 등의 혐의로 덜미가 잡혔다.

 

이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 뒤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한국에 있는 중학교 동창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지시했고, 음료 100병을 만들어 대치동 학원가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는다.

지난 4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수사 중간 브리핑이 열린 가운데 범행에 사용된 마약음료, 설문지 등 압수물이 공개돼 있다. 남정탁 기자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이지만, 이씨는 중국에서 체포된 이후 아직까지 국내로 송환되지 않았다. 중국 공안이 그의 중국 내 추가 범죄 조사가 필요하다며 신병 인도에 소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피한 국외도피사범이 약 3800명에 달하지만, 국내로 송환된 국외도피사범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9월까지 5년간 국외도피사범은 총 3779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927명, 2020년 943명, 2021년 953명, 2022년 549명, 2023년 9월까지 407명이다. 반면 5년간 국내로 송환된 국외도피사범은 1740명에 그쳤다.

 

경찰이 검거해 국내로 송환한 국외도피사범이 도주해 있던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 445명, 필리핀 399명, 베트남 196명, 캄보디아 86명 등 주로 동남아 국가 등이 대다수였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경찰은 지난 9월 베트남에서 ‘대전 신협 강도’를 범행 한 달 만에 붙잡았고, 지난 5월에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2015∼2019년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운영해 약 20억원을 가로챈 피의자를 국내로 강제 송환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0일 서울의 한 학원 출입문에 미확인 음료 및 간식 주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지난 5년간 범죄유형별 국외도피사범을 살펴보면 사기가 1905명(50.4%)으로 가장 많았고, 도박 577명(15.2%), 기타 390명(10.3%) 순이었다. 이어 마약 234명(6.1%), 폭력 171명(4.5%), 횡령·배임 152명(4.0%), 성범죄 154명(4.0%), 특가법 66명(1.7%), 절도 48명(1.2%), 강도 47명(1.2%), 살인 35명(0.9%) 등으로 파악됐다.

 

정우택 의원은 “국외도피사범 관리를 강화해 범죄 발생 추이와 양태를 분석하고, 경찰의 검거 실적을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