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이 확정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존 의대에만 정책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자 의대 신설에 기대를 걸었던 지역에선 상경 투쟁과 강경 집회까지 예고했다.
의대 정원이 다른 도의 절반도 안 되는 충북은 정원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충북권 의대 정원은 충북대학교 49명,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충주) 40명으로 인구가 비슷한 강원(267명)·전북(235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17일 “이번 정부 정책을 통해 현재 비수도권 광역도 의대 정원 평균인 197명을 넘어 충북대 의대 증원 101명 이상,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신설 50명, 국립 치과대학 신설 70명을 합쳐 총 221명 이상 증원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도 전날 “2025학년도 입시부터 충북에 최소 158명(치과대학 50명 포함) 이상 최우선 배정하라”라고 촉구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계기로 카이스트의 과학기술의전원 신설 시도가 동력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의대 설립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전남은 관련 언급이 아예 없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은 의대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이 ‘의과대학 신설’보다 ‘기존 의대 정원 증원’ 쪽으로 기울자 지역 정치권은 상경 투쟁 계획을 세우고 강경 집회까지 열기로 했다. 전남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 목포대·순천대 총장 등 500여명은 18일 국회 소통관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전남권 의대 신설의 당위성을 알릴 방침이다.
인구 100만명 이상 비수도권 대도시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경남 창원시도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 의대 유치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는 등 분위기가 뜨겁다. 경남 지역 의대는 경상국립대 1곳뿐으로,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이 전국 평균 5.9명인데 반해 경남 지역은 2.3명에 불과하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매년 20만명이 경남에서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현실에서 문제 해결의 유일한 답은 창원 의과대학 설립”이라며 “30년 숙원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지자체와 대학들은 의대 정원 늘리기로는 의료 확보 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의전원 설립과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회에 법안이 장기 표류 중인 국립 공공의전원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남원 의전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당정이 합의하고 복지부·교육부 협의까지 마쳤다. 이용호 의원이 2018년 공공의대 설립 법안도 발의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의사단체 반발 등을 의식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