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하마스 지하철’(Hamas Metro)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땅굴이 북한의 기술 전수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북한은 1970∼1980년대 간첩이나 특수부대원의 남파(南派)를 위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땅굴을 파며 이 분야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 연구·교육 센터’의 새리트 제하비 대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직접 땅굴 기술을 얻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북한이 헤즈볼라에 기술을 전달했고, 헤즈볼라에 전수된 기술이 하마스 손에 들어간 것은 맞아 보인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인데 최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자 함께 공격에 나선 바 있다.
제하비 대표는 “헤즈볼라의 땅굴 굴착은 북한 기술에 기초한 것”이라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활용된 터널도 간접적으로 북한의 기술이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에 (기술이) 전수돼 굴착된 땅굴은 전략적 터널”이라며 “무장한 대원들과 차량 및 군수품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알마 연구교육 센터는 지난 2021년 보고서에서 북한의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라는 곳이 땅굴 굴착 공법을 헤즈볼라 측에 제공하고, 시리아 국경 근처에 북한 인력 6명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즈볼라가 2014년 이 회사와 1300만달러(약 152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자재는 물론 땅굴 굴착 기술까지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헤즈볼라에 전달된 땅굴 기술이 이후 하마스에도 전달돼 땅굴 건설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 또한 들어 있다.
특히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군 정찰기와 드론(무인기)의 감시를 피해 땅속에 거대한 지하 미로를 건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땅굴의 목표는 이스라엘 몰래 병력과 군수물자를 운반하고 지휘통제시설 등을 갖추는 것이다. 이른바 ‘하마스 지하철’로 불리는 땅굴의 총길이는 무려 500㎞에 이른다는 것이 하마스의 주장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총연장이 350㎞에 달하는 서울 지하철의 1.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헤즈볼라 및 하마스에 전수될 만큼 북한의 땅굴 굴착 기술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은 1974년부터 1990년까지 북한의 남침용 땅굴 4곳을 찾아낸 바 있다. 경기 연천 고랑포 북동쪽의 제1땅굴(길이 약 3.5㎞, 1974년 발견) 강원 철원 북쪽의 제2땅굴(길이 약 3.5㎞, 1975년 발견) 경기 파주 판문점 남쪽의 제3땅굴(길이 약 1.6㎞, 1978년 발견) 강원 양구 북동쪽의 제4땅굴(길이 약 2.1㎞, 1990년 발견)이 그것이다.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 유엔군사령부는 올해 6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엔사는 땅굴 탐지를 위한 ‘65사업’(Project 65)을 지속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사가 언급한 65사업이란 미발견 땅굴을 찾는 것이 목표로, 이제껏 확인된 4개 말고 ‘제5의 땅굴’을 찾아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