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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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 “1주기 추모대회에 尹 대통령 정중히 초청… 국화 한 송이 올려 달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유가족 위해 할 수 있는 길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 등이 참사 1주기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유가족 호소문과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대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총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족 단체들이 18일 “우리가 준비한 시민추모대회 자리에 오셔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 영전에 국화꽃 한 송이 올려 달라”며 윤석열 대통령 초대 메시지를 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등 유족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정중하게 초청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해 유가족의 바람을 이뤄주고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국회와 여당에 당부해주시길 부탁한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사회적 참사로 잃은 유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온전하게 추모할 수 있도록,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게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애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참사와 재난은 갑자기 일어난 사고도 피해자가 운이 나빠 생긴 일도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계속해서 “국제 인권 규범은 재난 참사 피해자들 누구나 마땅히 정의, 진실, 피해 회복에 대한 권리를 누려야 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면서, “기억하고 애도할 권리, 정당한 배상과 보상받을 권리 등은 피해자 존엄 회복을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 조건이고, 이를 보장하는 것이 정부와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부각했다.

 

서울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유족들의 의사를 반영한 형태의 추모 공간을 조성 중이라고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청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오 시장은 ‘참사 1주기 전에 유족과 합의를 봐서 원하는 방안으로 추모 공간을 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각각 추모 공간 조성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의 자진 철거도 유도할 생각이라고 국감에서 밝힌 오 시장은 ‘어떻게 유가족을 1년 동안 만나지 않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오해”라며, “진정성을 갖고 부단히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리인으로 선정한 분 이외에 접촉 자체를 안 하기로 한 게 유가족의 단호한 입장”이라는 말로 수없이 접촉을 시도해왔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되도록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있으나 마냥 1~2년 있을 수는 없다”면서 “시민에게 적어도 1주기까지는 양해해달라는 입장 밝힌 바 있다”는 유보적인 입장도 함께 내놓았다.

 

앞서 유가협과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등은 용산구 참사대책추진단과의 협의 끝에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설치물을 놓는다고 지난달 25일 알렸었다.

 

지난해 12월 협약서를 맺은 이들 주체는 책임 있는 조치와 중간 정비를 용산구청에 지속 요구해온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선언과 아울러 중간 단계 정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연 바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기억과 애도는 참사 재발 방지와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필수라면서, 협의회 등은 참사 현장이 제대로 정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향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최종적으로 조성되기 전까지 중간 단계로 들어서는 설치물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표지판’과 3개의 게시판 그리고 바닥 명판 총 3가지로 구성된다. 표지판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도로변 화단에, 바닥 명판은 참사 현장인 골목 양 끝에 보도블록 형식으로 설치된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와 사진 등 시각 이미지가 담긴 예술작품 등을 전시하는 LED 조명이 내장된 안내판 3개도 같이 들어선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