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이기(利器)가 되어가는 드론은 때로는 안전을 위협하지만 제대로만 활용하면 우리 생명을 지키는 안전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둔촌현대1차 리모델링 공사현장. 내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철근·콘크리트 작업과 마감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드론 한 대가 아파트 사이를 누비며 바쁘게 날고 있다. 가로, 세로 각 29㎝, 무게 1.4㎏의 소형 드론이지만, 4K 화질의 2000만 화소급 카메라가 탑재돼 현장 곳곳의 공사상황을 촬영할 수 있다.
이주원 포스코이앤씨 과장은 2주 단위로 드론 촬영을 통해 전체 공정 단계를 볼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다. 그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드론을 운용하며 외벽의 상태와 안전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공사 관련 적치물의 관리 상태를 둘러보거나 작업자의 헬멧 착용 등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을 통해 공사 현장의 불안 요소를 미리 관리할 수 있다. 공사현장에서 드론이 운용되는 것만으로도 작업자들의 안전의식 제고와 자정 노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과장은 “업무 중에 틈틈이 독학으로 드론을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며 “드론 사진으로 정비사업 조합과 공사 진행 과정에 대해 쉽게 소통할 수 있고, 현장에 숨어 있는 불안 요소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상공사에 수중드론도 활용하고 있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심한 구역 등 잠수사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환경에 수중드론을 투입한다. 수중드론은 초음파·위치정보(GPS)·고성능 카메라 등의 측정장비를 탑재한 채 시속 2노트(약 3.7㎞/h)로 최대 4시간까지 잠행하며 해저지반 상태, 해양식물 서식현황, 시공품질 등을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가장 적극적으로 드론 등 첨단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전국 현장에서 최대 256개의 드론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드론 외에 자율주행 현장순찰 로봇, 무인시공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4족 보행 로봇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좁은 공간 등을 다니며 현장 사진·영상을 제공한다. DL이앤씨는 안전 관리뿐 아니라 주택 설계과정에서도 드론을 이용한다.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부실시공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며 첨단 감독 장비 도입 움직임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시 공사비 100억원 이상 발주 공공 건설공사 74개 현장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건설사도 자체적으로 건설현장에 동영상 기록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시공과 건설현장 안전 문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이 부각되면서 드론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