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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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자지구 병원 피폭 대참사, 용서받지 못할 전쟁범죄

이스라엘·하마스 ‘네 탓’공방 가열
이슬람국가 분노, 5차 중동전 우려
파국적 확전·민간인 피해 막아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악화일로다.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그제 로켓 공격을 받아 수백 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현장은 찢기거나 검게 그을린 시신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아직 수백명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한다. 이런 생지옥이 또 없다. 이미 대부분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양측의 사상자가 1만명을 넘어섰는데 우려됐던 반인륜적 집단학살까지 자행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하마스의 잔혹한 기습공격과 인질납치에서 촉발된 이번 분쟁이 유혈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참사의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 지경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외 또 다른 테러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당국과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으로 돌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이슬람국가에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과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응해야 한다”며 전쟁 개입까지 시사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도 확전을 저지하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중동 구상도 꼬이게 됐다. 중동 순방길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 간 회담이 취소됐고 요르단 방문도 연기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괴멸”, “피의 보복”을 다짐하며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이어 지상군 진입과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상전을 감행하면 또 다른 민간인 살상이 꼬리를 물고 여성과 어린이 희생도 속출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가자 병원 참사를 규탄하며 한목소리로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이 와중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폭격 중단 때 모든 민간인 인질을 즉각 석방할 뜻을 밝힌 건 다행스럽다. 베냐민 네타네후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상군 투입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전쟁범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 살해와 학대, 성폭행 같은 비인도적 행위는 국제법에 의해 처벌된다. 유엔 안보리도 어제 긴급회의를 소집해 가자 병원 참사를 논의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를 포함해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와 주변국도 외교적 대화와 중재를 통해 인도주의 참사와 파국적 확전을 막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