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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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부실시공 논란에 중동사태까지 ‘삼중고’

건설업계 연이은 악재에 몸살

2023년 1~9월 종합건설사 416곳 폐업
2022년 대비 2배 육박… 17년 만에 최다

부도·파산 등 분양보증 사고 급증세
철근 누락 등 안전문제 지적 잇따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 영향
유가·원자재값 변동성 커 예의주시
건설업계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른바 ‘철근 누락’ 사태에 따른 부실시공 등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며 국제 정세까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9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9월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모두 41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폐업 신고건수(365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224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고, 2006년 1∼9월(452건)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정부가 지난달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통해 PF 대출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비아파트 건설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지만 장기간 누적된 자금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올해 들어 사업 주체가 부도, 파산, 사업 포기 등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분양하지 못하게 되는 분양보증 사고도 급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는 모두 9건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HUG는 분양보증을 통해 입주예정자들이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주거나 시공사 변경 등을 통해 공사를 무사히 마무리한 뒤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철근 누락’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10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단지의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GS건설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질타하며 재발 방지와 책임 있는 보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실공사와 함께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감독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망 사고가 발생한 주요 건설사를 대상으로 일제 감독을 벌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관리 인력과 장비 등을 확대했음에도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과 지난 11일 인천 서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연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내년 1월부터는 소규모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 사태도 건설업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중동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경우 곧장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국내 건설사들이 장기간 중동 지역에서 공을 들여왔던 해외 수주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건설 관련해 금리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중동 내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변동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금리에 미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