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충북 청주의 한 공군기지. 비 내리는 텅 빈 활주로에는 미군의 3대 전략 폭격기 중 하나인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B-52H가 국내 기지에 착륙한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공군 최초로 B-52 폭격기대대의 여성 지휘관인 바네사 윌콕스 중령은 너비 56m의 B-52H 날개 밑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 온 소감을 밝혔다. 윌콕스 중령은 “(미국에서부터) 경유지 없이 19시간을 비행해서 왔다”면서 “이번 착륙의 의미는 한국과 진정으로 통합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B-52H 조종을 맡은 박사빈 대위는 “3살 때 미국에 이민을 왔다. 저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한국과 미국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뜻깊다”고 말했다.
B-52H는 사거리 200㎞의 핵탄두 탑재 공대지미사일 등 최대 31t의 폭탄을 실을 수 있고 1만4000㎞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B-52H는 지난 17일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 개막식 축하 비행에 참여한 뒤 청주 기지에 착륙했다. 한반도 상공에 전개된 수준을 넘어 지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핵무장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오는 22일에는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진행될 한·미·일 공중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날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케네스 윌스바흐 미 태평양공군사령관, 스캇 플로이스 미 7공군사령관과 함께 청주 기지를 찾아 B-52H의 임무 수행 절차를 점검하고 확장억제 작전 수행태세를 보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