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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축’이 온다…중동전쟁으로 확산하는 이·하마스 [뉴스 인사이드-중동 화약고 ‘反이스라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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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가장 싫어하는 국가 이란 중심
헤즈볼라·시리아·후티 반군 등 포함
이집트·튀르키예까지 세력권에 들어

헤즈볼라, 이스라엘 북부서 교전 중
이란 혁명수비대 등 지원 받아 막강
본격 참전 땐 ‘게임체인저’ 역할 가능

시리아 국경지대서도 전선 구축 조짐
예멘 반군 가세 … 美·이란 대리전 양상
美, 확전 방지위해 연일 ‘경고장’ 날려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개입을 막아라.”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양측 간 무력충돌이 중동과 이슬람권 전체로 번질 것인지가 지구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화약고 중심 뇌관에 ‘저항의 축’이 있다.

 

저항의 축은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반(反)이스라엘·반서방 성향 동맹체다.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이 포함된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에서 폭발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뉴시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에서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들 세력은 하마스와 연대해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에워싸는 양상의 공격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이·하마스 충돌이 ‘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할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인 이란은 저항의 축을 이용한다. 미 브랜다이스대 크라운중동연구센터는 2021년 보고서에서 “(하마스·헤즈볼라 같은) 대리인을 통해 싸우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의 적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항의 축 세력은 현재까지 이란의 ‘대리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하마스 충돌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실상 저항의 축은 몇몇 국가나 세력에 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막강한 로비와 자금력,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피해 등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사실상 빼앗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슬림의 적개심은 상당하다.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이슬람 세력도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튀르키예까지 그 경계가 매우 넓다.

 

결국 저항의 축은 언제든 확장 가능한 폭발력을 지닌 세력이다. 미국이 웬만한 2개국 공군력에 맞먹는 항모전단 2개를 그 세력 한복판 지중해로 급히 보내 확전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이유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안보·경제·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하마스 충돌. 이 전쟁의 주요 플레이어인 저항의 축 세력을 소개한다.

◆하마스, 전쟁 서막을 열다

 

하마스는 수니파에 속한다. 이슬람교는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자 선정 방식을 두고 충돌하며 수니파와 시아파 두 종파로 양분했다. 이란이 시아파 맹주, 사우디가 수니파 종주국이다. 

 

하마스는 1987년 이스라엘 점령 통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1차 저항운동(인티파다) 당시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인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의 분파로 공식 출범했다. 1970년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주도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1993년 이스라엘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고 강경노선을 포기한 것과 달리 무장투쟁을 계속하며 대중의 지지를 모았다. 

 

2006년 하마스는 PLO가 만든 정당 ‘파타’를 제치고 총선에서 승리하자 파타가 장악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내고 이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차지했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로 나뉘어 있다. 하마스의 현 정치지도자는 이스마일 하니야(61),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을 이끄는 최고지도자는 무함마드 데이프(58)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심부 알부레이지 캠프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이만 노팔 중부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1년 2월 5일 가자지구 자택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는 노팔의 모습. AP연합뉴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지지하면서도 하마스와는 선을 긋는다. 대신 이란이 저항의 축 전략에 따라 뒷배를 자처하며 하마스에 연간 약 1억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자금, 무기 및 군사훈련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이러한 지원을 토대로 가자지구 점령 이후 이스라엘과 4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이번이 다섯 번째 충돌이다. 하마스의 군사력은 중동 최대 군사 강국인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턱없이 약하다. 병력 규모로만 비교해도 이스라엘의 20분의 1 수준(최대 3만명)이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시작되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마스가 인질들을 활용한 ‘인간방패’ 전략과 가자지구 땅굴을 이용한 게릴라 전법으로 쉽게 궤멸하지 않고 이스라엘군을 끈질기게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로부터 훈련을 받은 후 미사일 자체 제작 능력도 보유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등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보유 중인 로켓과 박격포가 약 3만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제2의 전선’을 만들까

 

가자지구 도심에서 하마스가 게릴라식 응전을 이어갈 전망이라면, 헤즈볼라는 개전 이후부터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과 레바논 사이 분쟁 지역인 셰바 농장 지대를 향해 포격을 이어오며 이스라엘과 산발적 교전 중이다. 헤즈볼라가 본격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 북부에 ‘두 번째 전선’이 열리게 된다.

 

헤즈볼라는 저항의 축 세력 중 맏형격이다.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위세가 가장 강하다. 헤즈볼라는 1982년 팔레스타인 게릴라 세력을 소탕하겠다며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자 이에 맞서는 시아파 민병대로 창설됐다. 창설 당시부터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루홀라 호메이니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IRGC의 자금과 훈련으로 조직을 키웠다. ‘신의 정당’이라는 의미의 이름도 호메이니가 지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란은 매년 7억달러(약 9480억원) 이상을 헤즈볼라에 지원한다. 이란만큼은 아니지만,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도 헤즈볼라에게 자금을 조달한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AP뉴시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0년 보고서에서 헤즈볼라가 최대 2만명의 병력과 그만큼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거리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63)는 병력이 1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미사일·박격포 등의 규모는 15만대 이상으로 전해진다.

 

다른 무장단체와 다른 헤즈볼라의 경쟁력은 풍부한 실전 경험이다. 2006년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펼친 경험도 있고,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도 약 7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다. 헤즈볼라가 저항의 축 중 ‘가장 강력한 이스라엘의 적’으로 꼽히고, 이·하마스 충돌에 본격 참전할 경우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헤즈볼라는 무장조직임과 동시에 합법적인 정당으로서 1992년부터 레바논 의회에 진출했다. 2005년부터는 내각에도 참여해 레바논 정치권에도 영향력이 크다. 최근에는 자국 내 여론이 좋지 못한 편이다. 2019년 중반 이후 레바논의 경제가 붕괴하면서 정권을 향한 시위가 이어졌는데, 시위대는 헤즈볼라가 부패한 정치인들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관건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스라엘 북동부와 맞닿은 시리아 국경지대에도 또 다른 전선이 구축될 조짐이 보인다. 10일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영토로 박격포가 발사되자 이스라엘은 이후 두 차례나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 국제공항 등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이는 시리아를 통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RGC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IRGC가 개전 이후 골란고원 인근에 건설한 군사기지에 헤즈볼라와 함께 병력을 배치했으며, 미사일과 로켓을 장착할 수 있는 전투기 50대도 이스라엘에 더욱 가까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이동시켰다고 전했다.

 

사우디 밑에 위치한 예멘의 후티 반군까지 가세하며 이·하마스 충돌은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 해군 구축함 ‘카니호’는 19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지대공 순항미사일 3기와 드론들을 홍해 북부에서 요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 역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요격은 미국이 이·하마스 충돌 이후 이스라엘 방어 목적으로 행사한 첫 군사적 대응이다. 

 

저항의 축 협력을 주도하는 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은 사다르 이스마일 카니다. 또 그를 도와 지난 10년간 저항의 축을 이용한 이스라엘 공격을 설계해온 인물로 무함마드 사이드 이자디 쿠드스군 팔레스타인 지부장이 지목받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은 확전을 저지하기 위해 저항의 축 세력을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리는 중이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저항의 축 개입을 막을 더욱 강력한 억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소는 동지중해에 배치된 항모전단의 전투기를 레바논 연안까지 보내 정찰 비행과 타격 훈련을 시행하고, 걸프만 지역에도 B-2 스텔스 폭격기를 배치해 이란이나 헤즈볼라가 참전할 경우 석유 산업 인프라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타르 은행의 이란 원유 대금 60억달러(약 8조원) 외에 현재 오만에 묶여 있는 이란의 가스·전기 판매 대금도 재동결해야 한다는 강경책까지 제시했다. 

 

◆저항의 축=2002년 리비아의 한 신문이 이란·이라크·북한이 ‘악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발언에 맞서 이들이 악이 아니라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저항세력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했다. 이후 이란이 자국을 필두로 중동 내 반이스라엘 전선을 구축한 이슬람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