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소식이 ‘함흥차사’인 가운데 나토 사무총장과 스웨덴 총리가 만나 대책을 논의한다. 스웨덴은 연내에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길 희망하나 사실상 거부권을 쥔 튀르키예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2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오는 24, 25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스웨덴을 방문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첫날인 24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을 가진 다음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가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등이 상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간 유지해 온 군사적 중립 노선을 내던지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웃나라 핀란드도 함께했다. 두 나라 모두 과거 제정 러시아 또는 소련과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으며 현재도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핀란드는 나토 가입의 꿈을 이뤄 올해 4월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하지만 스웨덴의 가입 절차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토는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부가 동의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데, 튀르키예와 헝가리 두 나라가 아직 스웨덴 가입에 찬성하지 않았다.
스웨덴과 나토는 헝가리의 반대는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 헝가리는 앞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당시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튀르키예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재빨리 그와 뜻을 같이한 바 있다. 이번에도 튀르키예와 보조를 맞추다가 행동을 함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관건은 튀르키예다. 사실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했을 때부터 튀르키예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토 회원국 중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스웨덴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우는 반(反)무슬림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스웨덴 일부 언론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른 점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눈에 거슬렸다.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불만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올해 7월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 직전 크리스테르손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3자 회동을 갖고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는 대신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이 마련됐다. 이로써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비준해야 절차가 완료되는데, 정작 튀르키예 의회는 비준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큰둥한 표정이다. 튀르키예의 주요 정당들은 “스웨덴 국민들은 여전히 튀르키예 그리고 이슬람에 적대적”이란 입장이다. 비준안이 의회에 상정된다면 반대표를 던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F-16 전투기를 구입하길 원하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을 볼모로 잡고 미국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는 튀르키예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자국의 ‘몸값’을 올려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