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달 19일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전월 말보다 3.4조 증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전월 말(682조3294억원)보다 3조4027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같은 기간 2조6814억원(517조8588억원→520조5402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871억원 반등했다. 가을 이사철 효과와 더불어 주택거래량이 지난 7월보다 8월에 확대된 점 등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금리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으로, 지난달 22일(연 3.900∼6.469%)과 비교해 하단이 0.340%포인트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같은 기간 상·하단이 모두 0.060%포인트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 0.270%포인트, 0.060%포인트 상승한 데 큰 영향을 받았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상승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각 0.280%포인트, 0.044%포인트 높아졌다.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대부업 등 제2금융권도 조달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롯데·KB국민·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달 말 기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17.51%로 전월(17.46%)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조달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법정 최고금리(20%)는 정해져 있다 보니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선 대출 제한 현상도 나타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용 하위 50% 개인 차주를 위한 제도인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31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4곳 감소했다. 상반기 민간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3조34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원)와 비교해 45.47% 줄었다.
◆제조업 고용시장 부진…3분기 월평균 제조업 취업자 수 전년 동기 대비 5.8만명↓
제조업 고용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3분기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만명 가까이 줄었다. 보건복지업 등에서 고용시장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조업에는 온기가 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상반기 60세 미만 민간 분야 풀타임 취업자가 작년보다 9만명 이상 감소하는 등 좋은 민간 일자리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월평균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5만8000명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0년 4분기에 10만7000명이 줄어든 뒤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3분기 21만4000명, 4분기 12만9000명 각각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3만7000명 줄며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2분기(-4만9000명)에 이어 3분기에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작년 제조업 고용시장이 좋았던 기저효과 등이 제조업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인 자동차 및 의료용물질(바이오, 제약 등) 부문 등은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에 따르면 공공일자리가 많은 공공행정·보건복지·농림어업 분야와 60세 이상 취업자를 제외한 ‘60대 미만 민간 풀타임 취업자’ 수는 올해 상반기 1905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14만3000명)보다 9만1000명 줄었다.
이 통계는 전일제 환산(FTE·full-time equivalent)을 적용한 것으로, FTE는 한 주에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보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상반기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35만4000명 증가했지만 민간의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3만4000명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고, 건설업도 5만3000명 줄었다. 소상공인들이 포함된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도 8만9000명 감소했다.
아울러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10명 중 4명(36.7%·8만명) 정도는 직업 훈련이나 취업 준비 등을 하지 않고 시간을 그냥 보내는 ‘니트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8년(24.0%), 2019년(24.7%)보다 높은 것이다.
김 의원은 “정부는 고용시장이 살아난 것처럼 홍보했지만 결국 질 좋은 민간 일자리는 급감했다”면서 “정부 국정 기조의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성장세, 통화 긴축 파급영향으로 둔화 전망…이·하마스 전쟁으로 불확실성 커져”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은 조사국 국제경제부는 이날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는 국가별로 성장 흐름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향후 통화 긴축의 파급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며 “향후 성장경로에는 글로벌 금융 여건, 중국 부동산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 흐름을 이어왔으나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고,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노동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근원물가의 둔화속도가 더딘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주요 산유국 모임 ‘오펙플러스’(OPEC+) 국가의 감산, 이·하마스 사태 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증대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 경제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양호한 고용상황을 배경으로 민간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연말부터는 고금리와 신용 긴축 등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정부의 부양조치 등에 힘입어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8월 들어 내구재를 중심으로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폭이 확대되고 신규대출도 늘어난 데다 9월에는 제조업 및 비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도 개선되는 등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부동산경기는 아직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