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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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국채發 가계부채 적신호, 선제 조치로 연착륙시켜야

지난 19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연 5%를 넘어섰다가 4.99%로 마감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는 발언이 도화선이다. 일각에서는 7%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 만기가 짧은 2년물과 달리 10년물은 해당국 경제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경기 호조가 맞물린 긴축기조가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이다. 외국인 자금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까지 위협한다. 20일 코스피지수는 7개월 만에 2400선이 붕괴됐다. 9월 증시에서 외국인이 1조712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두 달 연속 ‘셀(sell) 코리아’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걱정은 가계부채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가계대출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9월 말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108%까지 치솟았다. 비교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기 둔화를 고착화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과도한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고환율을 잡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여의치 않다. 그렇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발작과 부채폭탄이 터지지 않으려면 정책의 우선순위는 가계부채 해소에 둬야 한다. 주담대 규제 강화와 변동금리의 고정금리 전환 유도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 다양한 이유로 시행 중인 특례성 대출을 줄여나가는 대신 한계차주에 대한 선별적 구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정·통화 당국의 유기적인 정책 협조는 필수다. 정치권도 ‘국가부도’ 운운하며 정쟁으로 시장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가계부채 연착륙에 머리를 맞대는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