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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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칼럼] 무감동 인사·리더십 안 바꾸면 답 없다

尹 대통령, 보선·총선 연패 위기감
자칫 임기 중반 레임덕 맞을 수도
중도층·2030세대 지지 복원 시급
탕평 인사, 야당과 소통·협치 필요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 9000여회의 국민참여토론회를 개최했다. TV·라디오 연설도 100회 이상 했다. 여야 의원들과 7시간 동안 끝장 토론을 하고 휴일엔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설득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얘기다. 소통 리더십의 진수를 보여준다.

통합형 탕평 인사는 오바마 리더십의 또 다른 축이다. 인종 다양성, 여성 배려, 지역 균형, 정파를 초월한 인재 발탁이 키워드다. 압권은 대통령 예비경선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정부 최고 요직인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전임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측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것도 통 큰 정치로 주목받았다. 국가와 당의 통합을 위한 덧셈 정치는 국민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퇴임 시 국정 지지율이 60%로 취임 첫해와 별 차이가 없었던 배경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오바마의 성공스토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와 대비된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까지 참패하면 윤 대통령은 임기 중반에 레임덕을 맞을 수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0%로 급락한 건 불길한 신호다. 이대로 가면 여당은 기존 103석을 지키기도 힘겨울 판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의회 독재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더불어민주당에 완패한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선거 원인 제공자를 유죄 확정 3개월 만에 사면하고 재공천을 독려한 대통령의 오만에 유권자가 분노해 응징 투표를 한 것 아닌가. 왜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거판을 키워 정치 위기를 자초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정책 방향은 잘 잡았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비정상적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매진했고 성과도 많았다. 한·미 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 탈원전 폐기,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구축해 북핵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중추국의 역할을 다해 국격을 높인 것은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터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돌아선 것은 윤 대통령의 감동 없는 인사와 리더십 탓이 크다. 오바마와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 패착이다. 윤석열정부의 장관급 인사에서 다수의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주요 인재풀이 검찰 출신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 인사들이라 신선함이 떨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인재라고 발탁하지만 능력과 도덕성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 법치를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의 인사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다. 균형과 다양성이 배제된 인사를 해놓고 중도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선 인사말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167석으로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의 이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물론 이 대표가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을 고려했을 테지만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만 짙어졌다. 아쉬운 대목이다. 죄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민생·경제와 동떨어진 이념전에 몰두하니 민심 이탈은 필연적이다.

중도층과 2030세대를 잡아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것은 여권의 선거 승리 공식이었다. 여당의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는 중도층과 젊은층이 지지를 철회했다는 증표다. 다급해진 윤 대통령은 최근 ‘민생’ ‘소통’ ‘반성’이란 표현을 많이 한다. 긍정적인 태도 변화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다시 열기 위해선 실천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능력 제일주의라는 미명 아래 뺄셈 인사를 한 과오를 반복해선 곤란하다. 균형·다양성 인사를 배제하는 건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차버리는 자충수다. 또한 야당 의원들을 국회를 찾아가 만나거나 용산으로 초청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비록 성과가 없어도, 쇼로 비쳐도 그렇게 해야 한다. 국민은 그런 노력과 정성을 평가한다.

당내 쓴소리를 하는 언로도 막지 마시라. 그런 의미에서 ‘내부 총질’을 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이준석 전 대표를 포용하기 바란다. 그가 없으면 2030세대의 지지 복원은 한계가 있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돕는 자책골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환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