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국감장은 여느 때와 달리 숙연했다. 국감에 참석한 당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장남을 일주일 전 떠나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미국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에 유학 중이던 장남은 한국에 들어와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김 실장도 아들을 위해 골수이식에 나서는 등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10년 전 장남, 다시 장모 떠나보내며 국감 준비
묵묵히 국감 준비에 매진하던 김 실장 주변의 직원들도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국감 닷새 전 열린 장례식에도 “잠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온다”며 휴가를 쓰고 다녀왔다고 당시 동료들은 회상했다.
이 사실은 국감 전날 국무조정실 전 직원에게 보낸 김 실장의 이메일을 통해 공개됐다. “스물여덟 해 함께 살아온 애를 보낸다는 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정무위 국감은 김 실장에게 조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김정훈 당시 정무위 위원장은 “깊은 슬픔을 당했음에도 이렇게 국감을 잘 준비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여야 의원들도 “아주 큰 아픔과 고통을 안고 국감장에 나와 답변하고 있는 국무조정실장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 “국감 끝날 때까지 알리지 말라”…아픔 안고 도정 집행
같은 장면은 거의 10년 만인 이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재연됐다. 전날 밤 빙모상을 당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여야 의원들의 ‘법카유용 의혹’·‘양평고속도 노선 변경’을 둘러싼 날 선 질의에도 의연하게 국감을 마무리했다.
흔들림 없이 공세에 대응한 그는 국감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친 설전이 오간 국감에서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립과 관련해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의 빙모상이 알려진 건 국감이 마무리되고 나서 출입기자들에게 경기도가 보낸 ‘부고’ 문자를 통해서였다. 올해 마지막 국감을 끝낸 김 지사는 국회 국토위 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울 강남에 있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국토위 위원들은 “아픔을 안고 국감장에 나와 답변했다”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곳에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과 마주했다. 위로의 인사가 오간 뒤에는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거듭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더(THE) 경기패스’와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국감에서 “더 경기패스를 통해 모든 교통수단에 전 도민이, 전국 어디서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국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해 국감이 끝나는 시점에 장모상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