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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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탈 ‘이천 오층석탑’ 돌아오나…이천시·시민단체, 4년 만의 환수운동 재개 [밀착취재]

코로나19로 중단된 환수 협상 4년 만에 재개
환수위 日 방문, 이천시 지지 입장문 등 전달
1918년 일본 건너간 석탑, 오쿠라호텔에 보관
오쿠라문화재단 "韓 관광객 日 오면 볼 수 있어"

일제강점기 일본인 ‘문화재 수집광’ 오쿠라 기하지로가 강탈해간 ‘이천 오층석탑’은 돌아올 수 있을까. 현재 도쿄 시내 오쿠라호텔 뒤뜰에 서 있는 석탑은 100년 넘게 망국의 한을 품고 바다 건너 이천 땅을 바라보고 있다. 소유주인 오쿠라문화재단이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언제든 볼 수 있고, 정부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천오층석탑 환수 염원 탑. 이천시 제공

경기 이천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이천 오층석탑 환수운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지 4년 만에 재개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일 이천시는 이천 오층석탑 환수위원회가 오쿠라문화재단과 석탑 반환 협상을 하기 위해 지난 10일 도쿄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앞서 환수위와 재단 간 마지막 협상은 2019년 11월 이뤄졌다.

 

환수위는 이번 일본 방문에서 대한불교조계종과 이천시의 환수 지지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어 잦은 지진과 이관으로 훼손된 이천 오층석탑에 대한 현지 조사도 벌였다.

 

김경희 시장은 지난 6일 환수위와 가진 만남에서 시를 대표해 석탑이 이천의 고유문화재임을 재확인하고, 석탑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역설했다. 아울러 환수지지 입장문에 서명한 뒤 환수 운동 재개를 응원했다.

환수지지 입장문에 서명하는 김경희 이천시장. 이천시 제공

이천 오층석탑은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높이 6.48m의 방형 석탑이다. 균형미가 뛰어난 이천의 대표적인 석조 문화재로, 이천향교 인근에 있었으나 1915년 일제가 국권침탈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장식을 위해 경복궁으로 옮겼다.

 

이후 문화재 수집광이자 실업가인 오쿠라  기하지로의 손에 들어가 1918년 인천세관을 거쳐 일본으로 반출됐다. 현재 도쿄 시내 오쿠라 호텔 뒤뜰에 서 있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오쿠라문화재단과 반환협상을 재개한 환수위원회 대표단이 석탑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이천시 제공

2008년 석탑 반환을 위해 이천시민을 중심으로 환수위가 설립됐고, 소유주인 오쿠라재단과 반환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환수 염원 사생대회, 역사교육, 학술세미나, 환수 염원 탑 조성 등도 진행됐다. 2020년 10월 시민들이 1억5000여만원을 모금해 시청 옆 잔디광장에 세운 환수 염원 탑에는 환수를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겼다. 이곳에는 ‘이천 오층석탑이 놓인 자리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표석이 놓였다.

 

오쿠라문화재단은 환수위의 영구 임대 제안에 같은 수준의 문화재와 맞교환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지역 문화재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다시 풀렸지만 정부의 관심이 줄어든 탓에 낙관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