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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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동료, 전역 후 공수처에 1사단장 고소

채 상병 동료 “사단장이 업적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
“실종자 찾을 수 없는 상황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들어갔다”
지난 7월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지난해 7월 해병대 故(고) 채모 상병과 함께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해병 A씨가 전역 후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 연합뉴스·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전날 만기 전역한 A씨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A씨는 “사고 당사자로서,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며 “나와 내 전우들이 겪을 필요가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게 아니”라며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A씨는 지난 7월19일 해병대 실종자 수색작업 중 물에 빠져 떠내려가다가 구조됐으나 함께 수색하던 후임 채 상병은 끝내 사망했다.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던 A씨는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던 채 상병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며 “여전히 채 상병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종자 수색 기간 내내 부대 분위기가 어땠는지 안다. 사단장님이 화가 많이 났다고 했고 간부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면서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도, 안전에 관심 없이 복장과 군인의 자세만 강조하는 지시들도 사실 별로 놀랍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평소 부대에서도 사단장님이 보여주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며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 ‘이러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미 많았고 결국 사고가 났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월13일에는 A씨의 어머니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답변하고 있다. 계룡=연합뉴스

 

한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날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조사 결과를 경찰로 이첩하라는 보류를 국방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국방부 검찰단이 항명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령이 이첩 보류 지시를 위반한 것”이라며 “박 대령이 위반하지 않고 수긍했으면 이 정도까지의 국민 관심이나 파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