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인도판 대치동'으로 불리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 코타에서 올해 25명의 학생이 연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23년 코타에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은 대부분 의학 시험을 준비하는 18세 미만의 학생들이었다고 현지 매체 '힌두스탄 타임즈'는 전했다. 이들은 주로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코타에 유학 와 혼자 생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23일(현지시간)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당국은 코타에서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급증해 조사에 착수했다.
매체에 따르면 코타는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인도 최대 학원가로, 대형 학원 12곳과 50개 이상의 작은 학원들이 모여 있다. 거리 곳곳에는 유명 고교나 대학 합격생 이름, 사진, 등수가 적힌 대형 학원 광고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매년 전국에서 2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려들며 이들은 3500여개 호스텔이나 임대 숙소 3.3㎡(1평) 남짓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하루 14시간씩 공부한다.
매체는 "자녀의 명문대 합격은 인도 부모들의 최고 목표"라며 "명문 의대와 공대 입학은 인도에서 고소득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인도 경찰에 따르면, 코타에서는 10년 동안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적어도 10대 학생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25명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생들은 유학 생활의 어려움, 부모의 높은 기대치, 또래에게 받는 압력, 치열한 경쟁 등을 하소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극단선택을 한 학생의 삼촌은 "(조카가)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매체에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라자스탄주 정부는 최근 14세 이하 학생에게 학원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6월에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을 추려내는 경찰팀을 꾸렸고, 학원 강사나 학생 숙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했다.
다만 이는 비단 코타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2021년 학생 1만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보다 4.5%나 증가한 수치다.
코타의 유명 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의대 입학시험에 세 번 떨어졌다는 21세 학생은 BBC에 “두 번째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는 자살 충동이 들었고 다행히 지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자스탄주 정부는 지난달 29일 14세 이하 학생에게 학원 입학을 권유하지 않고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의 지침을 발표했다. 또 학원 강사나 학생 숙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