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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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대 출신 소아과 전문의 “오은영, 전 국민 상대 가스라이팅 중”… 왜?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서 “‘금쪽이 류 프로그램’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시켜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지적 나와

오 박사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다.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대 의대 출신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육아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를 타깃으로 “전 국민 상대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중”이라고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오 박사의 이른바 ‘금쪽이 솔루션’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25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서 이 프로그램(금쪽같은 내 새끼)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5일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소위 ‘금쪽이 류 프로그램’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 원장은 오 박사의 ‘솔루션 육아’에 관해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신 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에겐 필요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일부 아이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전체가 따라 하는 게 문제다. 솔루션 육아를 다루는 방송에 ‘일반적인 아이에겐 이런 육아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넣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서울대 의학 박사인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도 지난 7월 오 박사 솔루션 육아법을 ‘저격’한 바 있다.

 

그는 “무슨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 아니면 그런 것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고 했다.

 

이어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때렸다.

 

서 박사는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 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오 박사는 지난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변하는 게 있다면 그건 환상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 원장은 “사실 기본만 갖추면 육아를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면서 “(기본이란) 가정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것만 제대로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육아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힘든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훨씬 더 많은데,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