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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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목 없는 2028 수능, 학업수준 떨어질까… 수학·과학교육계 반발 [오늘의 정책 이슈]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와 수학, 탐구과목 선택과목을 없앤 2028대입 개편안 시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선택과목 폐지로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없애고 수험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학·과학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떨어져 교육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수능 국어·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다. 국어는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1과목을 선택하고, 수학은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탐구영역은 과학탐구와 사회탐구 17개 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한다.

 

교육부가 이달 10일 발표한 2028대입 개편안 시안에서는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수능을 응시하는 수험생은 국어와 수학은 모두 같은 문제를 풀고, 탐구영역도 사회·과학을 모두 응시해야 한다. 사회·과학탐구는 고1 수준의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출제된다. 

 

대입 개편 시안이 공개되자 수학·과학교육계는 반발하고 있다. 수학은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기하가 빠지고, 과학도 출제범위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학생들의 학업 역량이 저하될 것이란 논리다.

 

과학교육 관련 학술단체 연합은 “중학생 수준을 상회하는 과학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도록 구성된 통합과목만 수능 응시과목으로 정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에 통합과학 수준의 학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게 할 것”이라며 “학생들은 통합과학 이수 후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 성적 취득이 수월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과학지식 수준 저하, 이공계 진학 학생들의 대학수락능력 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통합형·융합형 인재 양성은 통합과학, 통합사회와 같은 기초과목 학습 후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깊이 있게 수학해야 가능하다”며 “이번 대입개편안으로 통합형·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부실해질 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의 과학 과목조차도 선택하지 않게 됨으로써 자신이 어떤 진로로 나아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합과학을 수능 과목으로 정하는 것은 공정성 확보란 미명하에 과학교육의 질을 하락시키고 과학기술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바탕이 되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학지식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수학회도 이번 대입 개편안이 “문과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만을 고려한 시안”이라며 시행될 경우 이과 계열 대학의 교육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학 이공계열 수업을 들으려면 미적분Ⅱ와 기하 사전 학습이 필수적”이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적으로 융합 교육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오직 대한민국만이 대학 신입생의 상당수가 고등학교 4학년인 것처럼 고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 필요성을 고려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출제범위로 한 ‘심화수학’ 도입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 신설 여부는 논의의 대상이 돼야할 것이 아니라 학생 선발의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어려운 과목은 수능에서 빼야 고등학생이 행복해진다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습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어려운 과목은 기피하고 쉬운 과목만의 반복 학습으로 소비하며 정작 필요한 수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서 고교 내용 보완 과정을 겪어야 하는 이과 계열 대학생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당국은 학부모 대상 설명회, 공청회 등을 통해 2028대입 개편안 시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올해 안에 2028 대입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