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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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속 멕시코 휴양지 덮친 초대형 허리케인… 31명 사망 및 실종

멕시코 아카풀코, 허리케인 안전지대로 알려져
‘메이저 허리케인’ 첫 직격…대비 취약해 피해 커

전세계적인 기후변화 영향 속 허리케인 안전지대로 꼽혔던 태평양 연안의 멕시코 유명 휴양지 아카풀코가 초강력 허리케인에 초토화됐다.

 

CNN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허리케인 '오티스'는 카테고리 5등급까지 세력을 키우며 전날 새벽 아카풀코가 위치한 멕시코 게레로주를 강타한 뒤 소멸했다.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해 “어제 허리케인 영향으로 게레로주에서만 지금까지 최소 27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은 1~5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강력하다. 특히 최고풍속 시속 315㎞까지 기록한 최고 등급 허리케인에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호화로운 별장과 호텔이 늘어선 아카풀코가 타격을 입었다. 에블린 살가도 게레로 주지사는 연방정부와의 긴급회의에서 “아카풀코 호텔의 80%가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도로와 차량 침수도 이어졌고, 수많은 주택과 건물의 지붕이나 벽체가 뜯겨나가 내부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됐다.

2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오티스’가 지나간 후의 멕시코의 휴양지 아카풀코 해변 모습. AP연합뉴스

이 지역은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였던 터라 역설적으로 허리케인 대비에 취약한 편이었다고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일간은 보도했다. 멕시코 기상당국에 따르면 서쪽으로 태평양과 맞닿은 게레로주에 카테고리 5등급 허리케인이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등급 이상인 ‘메이저 허리케인’이 아카풀코를 직격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최근 급격한 지구온난화 영향 속 북중미 지역 바다가 높은 수온을 유지하며 이 곳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위력을 보여왔다. 몇 달 사이 초강력 허리케인들이 플로리다 등 미국 동남부 지역을 강타하고, 심지어 위력을 유지한채 북상해 뉴욕 등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에는 허리케인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평가받아온 태평양 연안의 아카풀코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정부는 이날 게레로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약 8400명의 장병과 국가방위대원을 현장에 보내 복구 작업을 돕고 있다. 멕시코 전체 31개 주 중에서도 빈곤율이 높은 게레로주에서는 주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업 활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에 이번 허리케인으로 인한 관광 시설 손상은 더욱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