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그걸로 끝인가요? ‘타진요’가 무슨 뜻이에요?”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찾아보십시오.” (원희룡 국토부 장관)
“그래요? 알겠습니다….” (김민기 위원장)
김민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의 ‘사과할 마음의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이같은 반응으로 27일 국토위의 국토부 국정감사 초장부터 소란이 일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의 “오늘만큼은 원희룡 장관의 사과를 반드시 받고 국정감사를 진행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던 의사진행 발언이 시작이었다. 최 의원은 “이번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도로사업 난맥상의 심각함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공유했다”며 “국토부와 용역사는 합리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대통령 처가 땅 인근으로 무리하게 종점 변경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위증과 공문서변조 등을 죄질로 둔 국토부, 용역사, 양평군 등 관계자들을 사법 당국에 고발하고 남한강 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 청구 등의 조치를 강구할 것을 위원장께 요청한다”며 “국토부 장관은 충격적인 사업 백지화 선언에 이어 무리한 종점 변경에 무책임한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야당의 정당한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으로 비하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 남한강 휴게소 운영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 운영하는 업체에 석연치 않게 넘어갔다는 의혹이 있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한국도로공사가 229억원을 들여 남한강 휴게소 건물을 지어놓은 상태에서 올해 뒤늦게 민자사업으로 전환해 15년의 운영 기간을 보장해주는 특혜를 줬다던, 지난 12일 국감에서의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의혹 제기가 시발점이다.
민주당 소속인 김민기 위원장은 최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 끝나자 “사과 요구가 한 다섯 번쯤 되지 않는가”라면서 “우리 장관님께 여쭤보겠다, 사과하실 마음의 준비는 되셨냐”고 물었다.
원 장관은 “근거가 단 하나도 나온 게 없다”며 “지엽적 사안에 대해 지적이 계속되는데 이것은 ‘타진요’를 생각나게 한다”고 응수했다. 어리둥절한 김 위원장은 “‘타진요’가 무슨 뜻이냐”는 자신의 질문에 “찾아보라”는 원 장관의 답이 돌아오자, “마음속에 사과할 생각이 없다면 (사과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우선 반응했다.
‘타진요’는 2010년 그룹 에픽하이 소속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줄인 말이다. 대중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가리키는 관용구로 쓰이는데, 야당의 계속된 의혹 제기가 이와 다를 게 없다는 원 장관 생각으로 풀이된다.
자신은 사과를 강요한 적이 없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원 장관의 대답에 심기가 불편한 듯 “제가 몇 가지 말씀을 드려야되겠다”고 입을 뗐다.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야당의 이른바 ‘날파리 선동’을 원 장관이 이유로 지목했는데, 내년 사업 관련 예산안에 책정된 123억원을 들어 “날파리 선동이 끝났다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을 더하면서다.
원 장관은 “예산은 올해 기재부에 신청한 거고 그 후에 민주당의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돼 넉 달째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의혹에) 근거가 없다는 게 밝혀지고 타당한 노선으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저희는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소위 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끝났다고 보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원 장관은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바랐다.
차분했던 김 위원장의 톤은 원 장관과 평행선을 그린 데 이어 “항아리 장독을 옮겼는데 왜 옮겼느냐고 물어보니 ‘옮겨놓고 보니 장맛이 더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던 국토부 비판 대목에 이르면서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왜 정권이 바뀌고 (노선을) 옮겼느냐가 핵심인데 옮겨놓고 장맛이 더 좋아졌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처음부터 (국토부가) 논리정연하게 (이유를) 설명하면 됐을 것을 장관님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일이 이렇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서 돌아가야 한다"며 "야당을 무시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설명을 조목조목 해야 한다"고 원 장관의 태도를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사과할 생각이 없으면 하지 말라”며 “그러나 사과하는 게 우리 장관님이나 정권에 유익할 것 같아서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거면 앞으로도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