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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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사건 처리기간 장기화 경향 우려스럽다 [알아야 보이는 법(法)]

경찰청과 검찰청은 각각 ‘경찰청 범죄통계’와 ‘범죄분석’을 해마다 발간하고 있다. 여기에는 범죄별로 다양한 통계가 제시되는데, 2022년 기준으로 경찰에서 다룬 사건 수가 136만여건이다. 그중 지능범죄가 28만1000여건, 사기죄가 22만5000여건으로 지능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위 지능범죄 및 사기죄에는 특별경제범죄 5만9000여건이 제외되어 있는데, 이 범죄에 단일 피해액 5억원 이상의 사기죄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사기죄의 숫자는 더 커질 것이다. 작년 한해 전체 교통범죄가 24만5000여건이고, 폭력범죄 전체가 28만여건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유·무죄 여부를 떠나 사기죄로 다루어지는 사건이 교통범죄 또는 폭력범죄의 전체 숫자와 비슷한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통계 중에는 범죄사건 처리 기간에 대한 것도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범죄사건 처리 기간에 6개월을 초과하는 비율이 2018년 5.6%, 2019년 5.1%에서 2020년 6.3%, 2021년 9.5%, 2022년 13.9%로 오르고 있으며, 2021년부터 상승폭이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기준 6개월 초과 사건 중 절반 이상인 10만2000여건을 지능범죄와 특별경제범죄가 차지했다. 이 10만2000여건은 지난해 전체 지능범죄 및 특별경제범죄 34만여건 중 30% 정도의 수치다. 특별경제범죄를 제외한 사기죄만 보면 30%를 넘고(22만5307건 중 7만3986건), 배임죄는 무려 50%를 넘는다(6058건 중 3254건).

 

전체적으로 사건 처리 기간이 장기화되어 가고, 특히 경제 범죄에서 장기화되는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 내에서 ‘수사 부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은 몇차례 보도된 바 있다. 경력 1년 미만의 신임 수사관 비율이 2022년 기준 17.9%에 달한다는 것을 보면 만약 배당받는 사건 수가 동일하다면 전체 6건 중 1건은 경력 1년 미만의 수사관이 담당하는 셈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사건 처리 기간이 계속 길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경찰의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8년 48.9일에서 2022년 67.7일로 늘어난 상태이기도 하다.

 

한편 검찰청 통계를 보면 범죄사건 처리 기간에 6개월을 초과하는 비율이 2018년 1.2%, 2019년 1.7%, 2020년 3.7%로 높아졌다 2021년에는 0.7%로 대폭 하락했다. 검찰청은 경찰청과 달리 2022년 수치에 대한 통계를 아직 발간하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겉으로는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길어지고 검찰은 짧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검찰청의 사건처리 통계는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검찰은 2021년 수사권 조정 후 최종적으로 기소 또는 불기소 등을 결정하기 전에 경찰에 보완 수사나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요청을 하면 검찰은 일단 사건을 처리한 것이 되고 검찰에서 경찰로 사건이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보완 수사나 재수사를 하게 되지만, 법무부에 의하면 이러한 보완 수사 요구 사건 4건 중 1건, 재수사 요청 사건 3건 중 1건가량이 반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검찰에서 사건을 경찰에 보내면서 서로 떠넘기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건 떠넘기기 현상을 방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고소·고발사건 수사 기한 3개월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시한 1개월 ▲경찰의 보완·재수사 이행 기한 3개월 ▲검사의 경찰 이송 기한 1개월로 각각 제한했다.

 

중요한 사건처리 기한을 대통령령으로 정함으로써 범죄사건 처리 기간이 이전보다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싶지만, 해결하는 건보다 쌓이는 건이 더 많다는 경찰 수사관의 현실에서 과연 이번 개정만으로 현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