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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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초’…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승리 경험한 ‘역수출 신화’ 켈리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활약 중인 메릴 켈리(35)는 KBO리그 출신이다. 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현 SSG)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KBO리그에서 통산 119경기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의 호성적을 남긴 켈리는 2019년 애리조나의 러브콜을 받고 빅리그로 떠나며 ‘역수출’ 신화를 썼다. MLB에서도 존재감을 키운 켈리는 어느새 잭 갤런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며 팀의 에이스 선발 투수를 꿰찼다.

 

이런 켈리가 MLB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에서 역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되는 신화를 또 썼다. 그는 KBO리그 한국시리즈(KS)와 WS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최초의 투수가 됐다.

메릴 켈리. AP연합뉴스

켈리는 29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3 MLB WS 2차전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7이닝 3피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차전에서 팀이 패배해 2차전에 나선 켈리는 부담감을 느낄 만도 했지만, 역투를 펼치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2015∼2018년 KBO리그에서 활약한 켈리는 특히 2018년 KS 3차전에 나서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SK가 우승까지 차지하며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후 미국에 진출한 켈리는 ‘별들의 잔치’인 WS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켈리처럼 KS를 경험한 뒤 WS에 나선 선수는 류현진뿐이었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뛰던 2006년 삼성과 KS 1차전과 4차전에 선발 등판했고, 2018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WS 2차전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류현진은 이 경기들에서 모두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켈리는 한미 프로야구 최종 시리즈를 치른 다섯 번째 선수이자,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유일한 선수로 거듭났다.

 

이번에 MLB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한 켈리에겐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포스트시즌의 과열된 분위기는 이미 한국에서 경험했다고 일축했다. 실제 켈리는 올해 포스트시즌 내내 활약하며 중압감을 완벽하게 떨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번 가을야구에서 4차례 선발 등판해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3경기에선 1실점 이하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켈리는 경기 뒤 "(WS 출전이라는) 꿈을 꾸긴 했지만, 그 당시엔 그저 ‘꿈’이었다”며 “애리조나 구단이 날 이곳으로 이끌어줬다.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