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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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 공매도 근절하려면 후진적 수기 작성부터 개선해야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약세 속에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매도를 다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과거 3차례 이뤄졌다. 이달 초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8일 만에 5만명 이상이 찬성해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로 회부됐다. 시장 안정화의 순기능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신중한 모습을 보인 금융당국이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매수해 갚는 투자방식이다. 국내에선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외국과 달리 차입한 주식 매도만 가능하며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줄곧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해 왔다. 개인투자자는 대주 대출기간이 90일로 제한되고 연장이 불가능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사실상 무제한이고, 담보비율도 개인 120%, 외국인과 기관은 105%로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글로벌 IB들의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개인투자자들 지적이 억지만은 아님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BNP파리바와 HSBC는 2021년부터 약 9개월간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해 왔다. 지난 7월에는 JP모건과 미즈호증권 등 다수 외국계 증권사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홍콩 등에서 활동하는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국내 슈퍼리치의 자산을 불려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 7월 말 발생한 이차전지 급락사태의 배후로 상반기 대량 손실을 본 공매도 세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투자자들로부터 100%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국정감사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외국계 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 수장들 언급대로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매도 장부와 점검방식을 전산화해서 기록을 수기로 작성하는 후진적인 행태부터 고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