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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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이태원 1주기 불참…분노한 시민들 “사과하라” vs 김기현 “애도하는 마음 다르지 않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 근조 화환에 붙은 김기현 이름 떼고 짓밟기도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 모습. 연합뉴스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시작으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애꿎게 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추모대회 불참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애도하는 마음 다르지 않다”고 해명에 나섰다.

 

전날인 29일은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째 된 날이다.

 

159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태원 참사는 국가의 재난안전관리 및 대응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특히 대규모 인파밀집 사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참사 1주년인 이날 서울 도심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대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대 종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추모식 사전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민의힘 인사로는 인 위원장 이외에 유의동 정책위 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김병민 최고위원, 권영세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허은아 의원,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인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인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을 비판하고 책임자 처벌과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추도사를 하는 것을 묵묵히 들었다.

 

행사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깃발도 걸렸다.

 

인 위원장은 이후 오후 6시25분쯤 유의동 정책위 의장, 혁신위 위원들과 함께 이석했다. 다만 행사장을 떠나는 인 위원장을 향해서 “사과하라”, “국힘당 꺼져라” 등 추모대회 참석자들의 거친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 위원장이 행사장을 떠나 차량에 탑승하는 5분 동안 따라붙어 손으로 밀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인 위원장을 향해 빈 담뱃갑을 던졌다. 인 위원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이동했다.

 

인 위원장은 당초 추모대회에서 이석할 때 동행한 취재진의 질의응답에 응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는 사이 이소희 혁신위원에게 인사한 뒤 차량에 올라 현장을 떠났다.

 

인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 분향소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이 훼손되는 일도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분노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도 애도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며 “소모적 논쟁보다 실질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엔 오지도 않았지만 애도 하는 마음은 같고,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과 관련한 비판을 소모적 논쟁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김 대표는 30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어제로 1년이 지났다”며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아울러 사고 트라우마로 1년 지난 지금도 고통 겪으시는 생존자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드린다”고 뒤늦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많은 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의 뜻을 표했을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국민의힘도 애도하는 마음, 송구한 마음은 다르지 않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정착하는 것도 중요한 책무”라며 “우리 당과 정부는 어제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지난 10개월 간 추진했던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속해서 꼼꼼히 살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중 참여가 예상되는 지역축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인만큼 조속히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도록 야당의 협조를 촉구한다. 소모적 논쟁보다 실질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추모대회에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도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 예배를 했고, 김 대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여기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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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