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종시는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이었던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시기를 1년 연기했다. 당초 2025년 예정이었으나 시 재정 여건상 2026년으로 늦췄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세종시 예산은 2조2000억원이었으나 추경에서 1000억원 규모를 감액한다. 행정체계상 단층제로 지방세 의존도가 큰 세종시는 내년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2. 광주송정역과 서대구역 사이를 운행하는 ‘달빛고속철도’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사업비는 4조5000억원 규모로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데 세수 부족에 따라 재정건전성 타격이 우려되면서다. 이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 역시 지연되거나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예타를 받을 경우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되면 사업 착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기 위축으로 세입 예산보다 세수 실적이 부족한 이른바 ‘세수 펑크’ 규모가 역대급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59조원 이상 덜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유례없는 세수 부족에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년도 추진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민선8기 단체장들의 공약·역점사업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역대급 ‘세수 펑크’ 지자체 재정 ‘빨간불’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밝힌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세금 수입은 지난해 예산안 편성 당시보다 59조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세수를 예산액인 400조5000억원에서 14.8% 줄어든 341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세 감소는 지방세수,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진다. 지자체들 내년 곳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수 부족분 59조원 가운데 정부가 채워야 할 부족분은 60%(36조원) 정도다. 나머지 40%는 각 지자체의 부담이 된다.
세수 펑크의 주원인은 지속되는 경기 부진이다. 올해 예산과 비교해 가장 많이 감소한 세목은 법인세로 25조4000억원이었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에 달하는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다음으로는 소득세 17조7000억원, 부가가치세 9조3000억원이다. 이들 3대 세목 합계는 52조4000억원으로 전체 세수 결손액의 88.7%를 차지하고 있다.
국세의 19.24%를 보통·특별교부세로 받는 지자체들의 교부액도 10조2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의 주요 재원인 지방소득세의 경우 법인세, 소득세 감소에 따라 국세의 10%에서 결정돼 4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재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세 감소에 따른 지자체별 보통교부세 감소액을 추정한 결과 부산시가 2733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3074억원), 경남 창원시(1297억원), 전남 해남군(730억원) 순으로 감소액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의 자체수입인 자주재원 대비 감소율이 15%를 초과한 지자체는 강원 삼척시가 18.5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경북 상주시(16.67%), 경북 안동시(15.45%), 전남 장흥군(16.91%), 강원 홍천군(16.53%), 강화 화천군(15.80%), 경북 의성군(16.04%), 경북 영양군(15.50%), 경북 봉화군(15.80%) 등이다. 이들 9개 시·군은 가용재원의 폭이 대폭 줄어 공공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공약사업 ‘흔들’, 곳간은 ‘텅텅’
정부의 세수 부족이 지자체 재정 여건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지자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단체장들의 대표 공약은 물론 신규사업은 모두 ‘멈춤’ 수준이다.
세종시는 내년 신규사업을 원점 재검토한다. 계속사업은 현 상태로 유지·보류한다. 행정체계가 단층제인 세종시는 지방세 중에서도 부동산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데 1년 사이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3분의 1 이상 줄었다.
세종시는 지난 27일 2회 추경에서 지방세 869억원을 감액했고, 11월 추경에서도 지방세 300억원 정도를 줄일 예정이다. 총사업비 489억원이 투입되는 세종시 복합커뮤니티센터의 경우 착공을 최대한 연기한다. 내년 9월 시범운행 예정이던 시내버스 무료화 사업도 내년 예산에 시스템 구축 예산 7억원만 포함시켰다. 나머지 사업비는 내년 추경에 세울 예정이나 여건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장경애 세종시 예산팀장은 “행사성 운영경비는 최대 30%, 전액 시비 사업은 20% 줄인다”며 “계속사업은 설계를 마치면 착공을 연기하고 일부는 보류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이 올해보다 1600억원(교부세) 적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교부세 감소뿐 아니라 취득세 등 세입도 적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신규사업의 경우 면밀한 분석 후 추진키로 했다”며 “다만 민자와 매칭사업이 대부분인 이장우 대전시장의 공약 87개 기조는 그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계속사업이었던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센터 등은 재정 부족을 이유로 올 연말까지만 운영키로 했다.
전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남지역 교부세 결손액은 전남도가 2370억원, 22개 시·군이 1조1314억원이 발생했다. 전남 무안군의 경우 올해 예산 편성액 8800억원 중 지방교부세 16%가 교부되지 않아 540억원을 삭감해야 할 처지다. 내년도 본예산도 2900억원 줄어든 5900억원대로 편성해야 해 모든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무안군은 행정운영비 등 경상경비로 쓰이는 공무원교육비나 업무추진비 등은 기본적으로 10% 삭감하고, 각종 사회단체에 지원했던 보조금도 10∼15% 줄일 전망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중점사업 중 중·서부권에 건설할 환경클린센터 건립 공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당장 공무원 인건비 미지급 우려가 나온다. 경기 의정부시는 내년 시 보조금을 대폭 줄일 방침인데, 대부분 사회복지관 종사자들의 인건비로 쓰였던 만큼 사회복지 인력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북도의 경우 급식 예산을 두고 교육청과 실랑이 중이다. 전북도와 도내 14개 시·군이 세수결손으로 당장 올해 하반기만 1조8000억원 상당이 결손될 위기에 처하자, 그간 50% 이상 부담해 오던 도내 학교 급식비 예산을 앞으로 도교육청이 모두 감당하라는 의견을 통보한 상황이다.
◆지방채 발행 등 ‘자구책’ 마련 골몰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과 행정경비 축소·지급 유보 등으로 발등의 불을 끄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도시철도공사 운영비 등을 절반만 지급하거나 유보하는 형식으로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산 총액은 같지만 재정 여건상 내년엔 적게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내년도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세종시는 매해 필수사업인 재해예방사업과 주민 숙원사업인 조치원·연기비행장 이전에 지방채를 발행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도 세수가 25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주광역시는 계속사업과 법정경비 등을 고려해 지출 절감을 넘어 지방채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 역시 내년 지방세 감소에 대비해 지방채 발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경남도의 지방세 수입은 올해 3조9855억원이었으나 내년엔 이보다 7.8%(3131억원) 준 3조6724억원에 불과하다. 경남도는 지방채를 발행해 공무원 인건비 등 필요경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긴축재정을 운영한다. 경북도는 100억원 이상 사업은 보류시키는 한편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비를 줄이고 민간보조금도 30% 정도 감액한다.
일부 지자체도 공무출장비와 사무용품 구입비, 업무추진비 등 행정운영경비 등을 일괄 감축키로 했다.
김준모 건국대 교수(행정학과)는 “지방재정이 한 번 어려워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주민 눈높이에 맞춰 지자체가 사업 총액을 높게 잡는 관행이 있는데, 앞으로는 정책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