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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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강 증진·인성 함양에 기여할 초·중·고 학교체육 강화

본지 ‘체육교육 살리자’ 시리즈 보도
40년 만에 초1·2 체육교과 분리 추진
시설·교사 확보, 콘텐츠 개발 나서야

정부가 어제 제9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초·중·고의 학교체육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8)을 내놨다. 마음 건강 위주 계획에서 학생들의 신체 건강 문제로 눈을 돌린 게 이채롭다. 당초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 1·2학년의 신체활동 수준을 2년간 약 80시간에서 144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계획대로 추진한다. 중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은 현재보다 30% 늘리고,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과 함께 체육 필수학점(10점)이 충실히 운영되도록 문화체육부와 적극 협업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초 1·2의 ‘즐거운 생활’에 음악·미술과 함께 묶여 있던 신체활동 영역을 40년 만에 단계적으로 별도 체육교과로 분리한다는 대목이 돋보인다. 본지가 ‘체육교육 살리자’ 시리즈(10월23∼25일자 참조)를 통해 강조했듯이 체육교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교육당국이 인식해 단독 교과로 편성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체육교과가 따로 없는 국가는 찾기 힘들다. 초등 3∼6학년도 체육시간이 연간 102시수지만 교사 재량에 따라 실내수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니 2020년 기준 초등학교 체육교사 전담교사 배치율이 68%에 불과하고, 이후부터는 통계조차 없는 것 아닌가.

운동 부족도 심각하다. 문체부의 2022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일주일 1회·30분 이상 운동) 비율은 52.6%에 그쳤다. 서울교육청의 학생 건강검진 결과에선 초등생 3명 중 1명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었다. 가히 충격적이다. 그러다 보니 활동량이 부족한 아이를 위해 상당수 학부모가 체육 등의 사교육을 찾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생 사교육 참여율은 85.2%로 중학생(76.2%), 고등학생(66%)보다 높다. 초등생 사교육의 67.8%는 예체능과 취미·교양분야 사교육이다. 아이들 체력마저 부모의 재력·관심도에 따른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교실에 묶어두는 건 공교육의 심각한 직무유기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체력은 인성과 학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적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래세대를 키우는 건 국가의 책무다. 이번 대책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당국은 체육시설 확충과 전담 교사 확보,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체육은 학생에겐 당연한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