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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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사망에 전전긍긍하는 中정부… ‘反시진핑’ 기폭제 될라 예의주시

옛 거주지 안후이성 추모객 몰려
헌화 행렬 한때 수백미터에 달해
‘제2의 후야오방 사태’ 우려 관측
11월 3일 ‘조용한 장례식’ 가능성

중국 정부가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장례식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 발표와 관영 매체들 보도를 종합해보면 리 전 총리의 공식적인 사망 시간은 지난 27일 0시 10분이다. 상하이에 머물던 리커창이 수영을 하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통신 신화사 등은 같은 날 오전 8시 사망 소식을 단신으로 전했다. 이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국무원 등은 같은 날 오후 6시가 돼서야 공식적으로 리커창 사망을 짧게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장례식 일정도 발표하지 않았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사망 다음 날인 지난 28일 그의 고향인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옛 거주지 건물 앞에 리 전 총리를 추모하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이 조화를 놓고 있다. 허페이=AP연합뉴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30일 96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당국은 당일 ‘1호 공고’를 통해 국가 애도 기간 시작을 알렸고, 이틀 후엔 ‘2호 공고’를 통해 국장(國葬) 격인 추도대회 일정을 발표했다.

1인자 주석과 2인자 총리라는 차이는 있지만 중국 당국이 시진핑(習近平) 현 주석 체제에 대한 반발로 ‘제2의 후야오방(胡耀邦) 사망 이후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989년 4월 후 총서기 사망으로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 탓에 설 자리를 잃었지만,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고 권력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이 반(反)시진핑 시위를 우려해 리 전 총리 사망 일주일째인 11월 3일 ‘조용한’ 장례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인은 정부와 달리 적극적인 애도에 나서고 있다. 리 전 총리의 옛 거주지인 안후이성 허페이시 훙싱루 80호 안후이 문화역사 연구원 앞에는 추모객이 몰려 집 둘레에 수많은 조화가 놓였다. X(옛 트위터)에 올라 온 영상과 사진을 보면 헌화 행렬이 한때 수백미터에 달했다.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江黃河不會倒流),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 등 리 전 총리의 시 주석을 향한 듯한 ‘쓴소리’ 발언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