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인 승객에게 기내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않은 해외 항공사가 비판을 받았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사는 로드니 하진스(49)는 결혼기념일 여행을 위해 아내 디애나와 함께 떠난 비행기 안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시 로드니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발해 라스베이거스로 도착하는 캐나다 국적기 에어 캐나다의 비행편을 이용했다.
뇌성마비로 걸을 수 없었던 그는 평소 전동 휠체어를 타지만, 기내 복도가 좁아 그의 휠체어가 다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항공사의 경우, 모든 승객이 다 내린 뒤 기내 전용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진스 부부도 1년에 한 두번씩 이런 방법으로 비행기를 타왔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뒤 로드니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디에나 말에 의하면 에어캐나다 측 승무원은 되레 그에게 “기내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알아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처음엔 그 승무원이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웃었으나, 걷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승무원은 “다른 비행도 있다”며 두 사람을 재촉하기도 했다.
디애나는 “12열에 앉아있던 로드니는 결국 바닥으로 내려가 비행기 출구까지 기어갔다. 로드니 뒤에서 그의 다리를 들고 있었지만, 현장에 있던 항공사 직원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이 일은 디애나가 최근 SNS를 통해 알리며 뒤늦게 공론화됐다. 디애나는 “10명 넘는 직원들 앞에서 남편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는게 고통스러웠다. 그는 다리를, 난 허리를 다쳤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부부의 마음이었다. 그는 “에어 캐나다가 남편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에어캐나다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들끓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에어캐나다의 SNS 계정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관련자를 모두 해고해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잘못 됐다” 등의 댓글을 달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가중되자 에어캐나다는 “당사는 휠체어 보조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각한 서비스 오류가 발생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며 사과 성명을 내고 해명에 나섰다.
항공사는 부부에게 2000달러(약 270만원)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제안했으나, 부부는 이를 거절했다. 로드니는 “이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