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정양 부인 ‘묘지’ 고국 후손 품으로

양주 조씨 생애 122자로 기록
마크 A 피터슨 美 교수 기증

초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1841~1905)의 부인 양주 조씨(楊州趙氏, 1841~1892) 무덤에 묻었던 ‘묘지(墓誌·사진)’가 미국에서 돌아와 고국의 후손 품에 안겼다.

3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마크 A 피터슨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 명예교수가 기증한 ‘백자청화정부인양주조씨묘지(白磁靑畵貞夫人楊州趙氏墓誌)가 전날 서울 마포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사무실에서 박찬수 반남박씨 죽천공파 종중 회장(박정양 증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에게 전달됐다. 묘지는 고인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은 돌이나 도판을 뜻한다. 양주 조씨의 생애가 122자로 기록된 이 묘지는 가로 14.7㎝, 세로 17.5㎝, 두께 1.3㎝ 크기이다.

조선 후기 문신으로 외교관과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박정양은 1887년 주미전권공사로 부임해 외교활동을 하다 청나라 압력으로 귀국했다. 그의 첫째 부인인 양주 조씨는 1남 2녀를 뒀고 1892년 경기도 수원에 묻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씨가 1921년 포천에 있는 박정양 묘소에 합장됐는데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유실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한국학 권위자 중 한 명인 피터슨 교수는 1978∼1983년 한국 풀브라이트재단 관리자로 근무하는 동안 서울의 한 가게에서 우연히 묘지를 산 뒤 40년가량 보관해왔다고 한다. 평소 묘지를 ‘미시즈 조(Mrs. Cho)’라고 부르며 아껴온 그는 조씨의 후손에게 묘지를 돌려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신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