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에서 ‘공룡의 시대’가 막을 내린 큰 원인 중 하나는 6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이 일으킨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충돌을 계기로 공룡은 물론 지구 생물종의 약 75%가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대멸종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벨기에 왕립천문대 연구팀이 3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구과학)’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2년 가까이 태양 빛을 차단해 식물의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생태계가 붕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타니스 화석 유적지에서 채취한 퇴적물 샘플을 기반으로 충돌 후 20년간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충돌로 발생한 0.8∼8.0㎛(마이크로미터·0.001㎜) 크기의 규산염 먼지 입자가 광합성 중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진이 지목한 규산염 먼지는 크기가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에 속한다.
연구진은 충돌로 발생한 규산염 먼지는 지구 대기에 약 15년 동안 머물렀으며, 지구 기온을 최대 15도까지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과거 연구에서는 소행성 충돌로 방출된 황과 그을음이 전 세계적으로 기후를 냉각시킨 것이 멸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는 비교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연구를 이끈 셈 베르크 세넬 왕립천문대 연구원은 “오랫동안 (대멸종의) 주된 원인은 충돌 직후의 극심한 추위로 추정돼 왔지만, 당연하게도 충돌 후 광합성의 중단도 (멸종의) 주된 메커니즘 중 하나였다”고 미 CNN방송에 말했다.
세넬은 “2년 동안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먹이 그물이 붕괴했고, 연쇄적인 생물 멸종이 일어났다”며 “2년이 지나면 광합성이 재개되면서 3∼4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