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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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즌 만에 친정팀 돌아온 OK금융그룹 송희채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하겠다”

남자 프로배구 아웃사이드 히터 송희채(31)는 OK금융그룹의 창단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림식스 인수전에서 우리카드에 패했던 OK금융그룹이 제7구단 창단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경기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송희채를 비롯해 세터 이민규, 아웃사이드 히터 송명근(우리카드)까지 이른바 ‘경기대 3인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KOVO는 2013~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만 한국전력에게 부여하고 1라운드 2순위부터 7순위, 2라운드 1~2순위까지 총 8명의 선수를 우선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7구단인 OK금융그룹에게 부여했다. OK금융그룹은 이민규를 2순위로, 송희채와 송명근을 3,4순위로 지명하며 새 구단의 초석을 닦았다.

 

경기대 3인방은 프로 2년차였던 2014~2015시즌 로버트랜디 시몬과 함께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며 자신들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2015~2016시즌엔 V리그 2연패에 성공했다.

 

2017~2018시즌까지 OK금융그룹에서 뛴 송희채는 첫 FA 자격을 얻은 뒤 삼성화재로 이적해 두 시즌을 뛰었고, 2021~2022, 2022~2023시즌엔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되어 활약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송희채는 또 다시 이적을 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파트너가 과거 OK금융그룹의 V리그 2연패를 함께 이룩했던 절친한 친구 사이인 송명근이었다.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이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송희채는 다섯 시즌 만에 친정팀인 OK금융그룹으로 돌아왔다. OK금융그룹에 수비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의 부재가 컸던지라 오기노 마사지 신임 감독은 송희채를 통해 팀 리시브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트레이드였다.

 

공격보다는 리시브와 사이드 블로킹에서 강점을 보이는 송희채지만, 아웃사이드 히터 파트너인 차지환이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예상되면서 레오에 이은 2옵션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난 31일 열린 현대캐피탈전도 송희채는 팀 공격의 23.7%를 책임지면서 블로킹 1개와 서브득점 1개 포함 17득점을 올리며 OK금융그룹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송희채는 이날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5세트 13-14로 뒤지던 상황에서 전광인의 리시브를 받아올렸는데, 이 리시브가 세터 곽명우가 아닌 현대캐피탈 코트로 바로 넘어간 것. 다이렉트 킬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대캐피탈 아흐메드의 다이렉트 킬은 OK금융그룹 코트가 아닌 네트에 꽂히고 말았다. 상대의 결정적인 범실로 듀스 접전에 돌입한 OK금융그룹은 상대 허수봉의 터치넷과 세터 이현승의 토스 범실로 5세트를 17-15로 잡아내며 시즌 3승(1패)째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만난 송희채에게 5세트 13-14에서의 리시브 실수에 대해 물었다. 당시를 떠올리던 송희채는 “사람이 죽기 전에 주변이 느려진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 리시브가 현대캐피탈 코트로 넘어가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느려지는 느낌이었어요. 다행히 상대의 범실이 나오면서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다섯 시즌 만에 돌아온 친정팀은 어떻게 다가올까. 송희채는 “감독님도 바뀌고 팀도 시설적으로 많이 개선되어 있더라. 선수단 면면도 많이 바뀌어서 새로운 팀에 온 기분이다”라며 “그래도 훈련장 위치나 많은 것들이 익숙한 것도 있어서 적응하는 덴 그리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답했다.

 

트레이드 파트너가 송명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송희채는 “‘은퇴할 때까지 (송)명근이랑 같이 뛰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친한 친구가 트레이드 파트너라는 사실이 그저 웃겼던 것 같기도 하다”라면서도 “그래도 서로의 팀에게 필요해서 한 트레이드니까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오기노 감독님께서 자신이 원하는 배구를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주시고 있다. 제게 중요한 역할을 맡겨주셔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생활 내내 공격보다는 리시브 등의 살림꾼 역할에 충실했던 송희채지만, 지금 팀 상황에선 공격적인 면에서도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덧 30대가 된 송희채에겐 다소 버거울 수도 있다. 그는 “공격적인 역할을 더 맡으면 힘든 건 사실이긴 하다. 그래도 공격을 많이 하면 흥도 더 올라오는 것도 있다. 오랜만에 공격적 역할이 많이 맡겨진 것을 즐기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어떤 포메이션으로 팀이 운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수비에 치중하라면 수비에 치중하고, 공격적인 역할을 더 해달라고 하면 더 해내겠다. 무슨 역할이든 잘 해내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안산=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