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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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상 줄이려 노력” 주장하며 난민촌 공습… 400명 사상

이스라엘 대통령 “엄청난 노력 중…숫자 측정 안돼”
“하마스 근거지 공습” vs “난민촌 공격…400명 사상”
국제사회 “여성·어린이 희생 크다” 즉각 휴전 촉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보복으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같은 날 가자지구 난민촌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 이날 공격으로 최소 50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300∼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특히 어린이 희생이 커지면서 가자지구가 ‘어린이 묘지’가 됐다는 개탄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국 군사작전을 옹호했다.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자발리아=AP연합뉴스

그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8000명 이상 사망자 중 여성과 어린이가 70%에 달한다’는 유엔 집계에 대한 질문에 “아무도 그들이 대가를 치르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부로 피란하라고 경고해 놓고선 남부를 여전히 폭격하고 있다’는 의혹에는 “남쪽의 안전지대는 진정 안전지대”라며 부인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미국이 거의 매일 군사작전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경고하는 데 대해 “조심하고 있다”며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격적 잔학 행위를 저지른 끔찍한 적”과 싸우고 있다며 하마스의 기반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같은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의 한 주택가로 공중에서 폭발물 수천㎏가량이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 인도네시아 병원 관계자들은 이에 따른 폭발로 50명 이상이 죽고 150여명이 부상했다고 말했으나, 하마스 내무부는 “난민촌 사망자가 100명으로 늘었다”며 “자발리아에서만 400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영상에는 공습 이후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는 모습, 폭격으로 파인 큰 구덩이,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다세대주택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통해 “기바티 보병 여단이 주도하는 보병들과 탱크 부대가 자발리아 서쪽에 있던 하마스 군사조직 자발리아 대대의 근거지를 장악했다”며 이날 공격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하마스 자발리아여단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포함해 50여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방대원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폐허 속에서 소리치고 있다. 가자지구=AP뉴시스

그러나 하마스는 “우리 지휘관 중 공습 때 자발리아에 있었던 이는 없다”며 “근거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갈수록 지상작전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민간인 인명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누적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가 전날 기준 8525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급증하는 데 큰 우려를 표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 제임스 엘더는 이날 “34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고 이 수치는 매일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자지구가 수천 명 아이들의 묘지가 됐다”고 개탄했다. 엘더 대변인은 또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백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이 강화되지 않으면 폭격으로 인한 사망은 빙산의 일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작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가자지구 민간인과 어린이 희생은 더 커질 것으로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