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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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지구 온난화와 우주양산 프로젝트

태양·중력의 균형점 ‘라그랑주’
브라질 크기 우주양산 펼치면
이론상 기후변화 늦출 수 있어
속속 실현되는 우주기술 선점을

현재 지구는 온난화로 기후가 계속 망가지고 있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1970년에 비해 2.3배 이상 많아졌고 그 결과로 기온은 계속 상승하여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몇 년 전에 스위스를 여행하였을 때 높이 3400m의 융프라우에 기차를 타고 올라간 적이 있는데 정상의 만년설도 옛날보다 많이 녹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녹고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2004년 세종기지를 방문했을 때 고무보트를 타고 세종기지 주변의 바다를 돌아보았는데 빙하가 계속 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옛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모든 얼음이 녹고 있고 온실가스가 늘어나서 그런지 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22년 7월, 스페인의 최고 기온은 42도까지 올라갔고 알제리는 45도까지 올라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올 8월 지구의 평균 온도는 17.1도로 NOAA 관측 사상 최고의 기록이라고 발표했다. 해수면 온도도 20.98도까지 올라가서 열대성 폭풍이 19개나 발생했다고 발표했고 내년에는 더욱 높아져서 열대성 폭풍도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은 허리케인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허리케인이 발생하고 큰 비가 내려 피해가 컸다. 온난화로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건물마다 냉방기를 가동해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따라서 온난화는 갈수록 더욱 심해져서 큰 걱정이다.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줄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시간을 갖고 조금씩 줄여야 하는데 지구가 기다려 주지를 않는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빨리 줄이지 못한다면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햇빛의 양이라도 줄여 주면 준비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미국 MIT 대학의 카를로 라티오 교수는 파퓰러 메카닉스에 발표한 글에서 라그랑주 점(L1)에 대형 양산을 설치하여 태양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태양빛을 부분적으로 차단하면 지구가 온난화하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 우주양산의 크기는 브라질만 한데 이 우주양산을 이용해서 지구로 날아오는 햇빛의 1.8% 정도만 줄여도 기후변화의 양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주양산 소재는 실리콘으로 만든 거품이다. 거품을 여러 개 생성해서 서로 붙인 뒤 우주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브라질만 한 크기의 우주양산을 만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태양 빛을 중간에서 차단하여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줄이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를 늦추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1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다섯 군데 중 하나로 지구로부터 태양 쪽으로 150만㎞ 떨어진 곳이다. 초대형 우주양산을 이용해서 지구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우선 한반도나 특정한 도시처럼 국부적인 지역으로 날아오는 햇빛의 양을 줄이는 연구부터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지구로부터 3만5786㎞ 떨어진 적도 상공에 120도 간격으로 3개의 통신위성을 발사하면 지구 전체의 통신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는 192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로켓과학자인 헤르만 포토치니크가 처음 발표했다. 그리고 공상과학 소설 작가인 아서 C 클라크가 통신위성 시스템으로 좋다는 내용의 글을 1945년 무선통신 잡지에 발표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아이디어는 20년 뒤인 1964년, 신컴(Syncom) 통신위성을 정지궤도에 발사하여 도쿄올림픽을 중계 방송하면서 현실화했다. 통신위성도 처음에는 알루미늄 막을 입힌 직경 30m의 공을 지구궤도에 올려 지상에서 올라오는 전파를 반사하여 사용하였던 것이 지금은 수명이 15년이나 되는 위성으로 발전했다. 2018년 기준으로 정지궤도에서 활동 중인 위성은 모두 550대 정도이며 이 중 우리 위성도 6대나 된다. 이렇듯 유용한 우주개발 아이디어는 언젠가 현실이 된다. 날씨가 더우면 그늘을 만드는 양산이 필요하듯 지구도 더워지면 그늘을 만드는 우주양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보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우주양산 프로젝트’도 국제 공동 우주개발 프로젝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에 우주항공청이 설립하게 되면 중동의 우주개발 신생국들과 공동으로 소형 우주양산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미래에 꼭 필요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우리나라가 선점하길 기대해 본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