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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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쥐, 주사 한방에 걸었다…韓 연구진, 조직 재생 ‘필러’ 개발

하반신 마비로 다리를 끌던 쥐가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입받은지 3일만에 로봇 보조를 받아 걷는 데 성공했다. 영상=기초과학연구원(IBS)

 

하반신 마비를 겪던 쥐가 주사 치료만으로 3일 만에 걷는 데 성공했다. 근육이나 신경 손상 초기에 빠른 재생을 돕는 새로운 조직 보형물 소재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의 신미경 성균관대 교수와 손동희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손상된 조직의 기능을 대체하는 주사 주입형 바이오 신소재를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주사용 조직 보형물’라는 제목으로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초기 대처에 실패한 근육·신경 손상을 해결하기 위해 쓰이던 딱딱한 인공물을 대체할 수 있도록 생체조직처럼 부드러운 히알루로산 소재 기반의 하이드로젤을 만든 것이다. 하이드로젤은 코필러 성형 등에 쓰이는 물질로,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에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도록 금 나노입자를 투입해 전기저항를 낮췄다.

 

경골전방 근육이 심하게 손상된 쥐는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입한 후 말초신경을 일부 회복했다. 실험 쥐는 3일 만에 로봇 보조를 통한 정상 보행에 성공했다.


손상 부위에 하이드로젤 기반 보형물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조직이 재생된 것이다. 하이드로젤 보형물이 조직 손상 부위를 채워 건강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또 보형물에 전기 자극을 줬을 때 발생하는 근전도 신호를 계측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손상 부위가 좁거나 깊은 부위에는 적용이 어렵고, 대부분 딱딱해 부드러운 조직에 이식할 수 없던 기존 인공물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의 기계적 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가교결합’ 기반 하이드로젤을 제조했다. 특히 금 나노입자가 내부에 균일하게 형성되도록 설계했고, 하이드로젤을 늘리거나 줄여도 전도성(전기가 통하는 성질)을 유지했다. 보형물이 조직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데도 성공했다.

 

신미경 박사는 “신경근 회복을 위해 재활 훈련이 요구되는 심각한 근육 손상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주사 가능한 전기 전도성 연조직 보형물을 만들었다”며 “근육과 말초신경뿐만 아니라 뇌, 심장 등 다양한 장기에 적용할 수 있는 조직 재생용 신물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손상 조직에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주사해 회복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최소 침습적인 재활 시술로 활용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