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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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 달래기 나선 美 백악관… "이슬람 혐오 근절할 것"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후 아랍계 불만 고조
"美는 이스라엘 편… 팔레스타인 인권 무시"
`이슬람 혐오` 대응 위한 국가전략 만들기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발발 후 아랍계 미국인들 사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만 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당황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 달래기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 노스필드를 방문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1일(현지시간)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 사회의 ‘이슬람 혐오’(Islamophobia)에 맞서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국가전략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슬람과 관련한 국가전략 개발은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성명에 따르면 이슬람 혐오 대응 국가전략은 백악관 내 국내정책자문위원회와 국가안보회의(NSC)가 나란히 주관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 내 이슬람 신자와 아랍인, 또 시크교도들과 같이 무슬림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혐오에서 비롯한 공격과 차별을 견뎌왔다”는 말로 국가전략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미국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반(反)이슬람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일리노이주(州)의 한 마을에선 71세 남성이 이슬람 출신 6세 남아를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무슬림이인 소년의 어머니도 남성의 공격에 크게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슬람교도는 다 죽여야 한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인도 콜카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란히 ‘살인자’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각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 아랍계 미국인들 사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백악관이 비상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이 심각한데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 등을 등한시하면서 이스라엘 편만 든다는 인식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 워싱턴에 있는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뒤 지난달 3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17.4%에 불과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0%로 나타났다. AAI는 “아랍계 유권자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 의사는 2020년 같은 조사 때의 59%보다 무려 40%포인트 이상 빠진 수치”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차근차근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에 민간인 피해도 늘어나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