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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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살인 무죄’ 남편, 보험금 12억 받는다

전라남도 여수시 금오도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던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지급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일 A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한 보험금지급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다만, 지연손해금 부분은 대법원 판례 위반으로 파기자판했다.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남편의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다. 여수해경 제공

파기자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것을 의미하며, 파기환송과 대비된다. 형사소송법상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사건에 대해 직접 판결할 수 있다.

 

금오도 사건은 2018년 12월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서 차량 변속기가 중립(N)에 놓인 상태에서 경사로에 있던 차량이 그대로 바다에 빠진 사건이다. 당시 A씨는 선착장에서 추락 방지용 난간을 들이받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하차했고 아내만 차에 탑승한 채로 빠져 사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아내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라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A씨 부부는 사고가 발생하기 약 3개월 전부터 연인관계를 맺어 혼인신고까지 했다. 검찰은 그사이 아내의 사망 보험금이 약 3억7000만원에서 약 12억으로 늘어난 점, 혼인신고를 마치고 3일 만에 보험계약 수의자가 A씨로 돌아간 점을 두고 A씨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봤다.

 

1심에서는 A씨의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 부주의로 인한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020년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명이 없는 상황에서 A씨가 차량 스스로 내려갈 수 있는 정확한 정차 지점을 찾기 어려웠던 점 등이 이유였다.

 

살인 혐의를 벗은 A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12억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들은 A씨가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으로 보험계약 체결했기에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1심에서는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승용차가 우연히 바다로 추락할 가능성이 낮고, 20년 운전 경력의 A씨가 실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A씨가 고의로 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에서는 보험사가 보험금 전액을 지불하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근거로 고의 살해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아내의 보험 계약금이 많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도 “A씨는 아내와 교제하기 전에도 자동차상해담보 등을 최대한도로 늘려 보험에 가입하는 등 자신이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이 받게 될 보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기존 판결 중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주장이 원심에서 배척됐더라도 제1심에서 받아들여진 이상 그 주장은 타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 원심은 그러나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법에서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을 적용했다.

 

이에 대법원은 지연손해금 기준일을 원심이 정한 기존 2020년 12월 9~10일에서 원심판결 선고일인 2023년 6월17일로 변경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