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해 스웨덴과 나토를 기쁘게 했던 튀르키예가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진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안에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스웨덴 정부로선 몸이 달 지경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원회의 푸앗 옥타이 위원장은 최근 의원들에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천천히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옥타이 위원장은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으로 일한 정계 거물이다.
옥타이 위원장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은 우리가 다뤄야 하는 여러 건의 국제협정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때가 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는 우리 스스로의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남들한테 시급한 일이라고 해서 우리한테도 시급한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튀르키예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나토는 물론 당사자인 스웨덴도 튀르키예가 가입 비준안을 빨리 통과시켜주길 간절히 원하는 입장이다.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이웃나라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군사적 중립 노선을 포기한 것이다.
핀란드는 나토의 모든 기성 회원국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올해 4월 나토 회원국이 됐다. 그런데 스웨덴은 아직 나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성 회원국들 가운데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토 구성국 중 유일한 무슬림 국가인 튀르키예는 스웨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이슬람 경전 ‘쿠란’ 소각 등을 문제삼았다. 헝가리는 “스웨덴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에 관해 거짓 정보를 퍼뜨려왔다”고 주장한다.
둘 가운데 튀르키예는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마음을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행정부에서 비준안을 건네받은 의회가 “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시큰둥한 표정이니 스웨덴 입장에선 속이 탈 법도 하다. 당장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하는 불만 섞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헝가리는 튀르키예보다 한술 더 떠 정부가 아예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튀르키예의 벽만 넘으면 나토 가입의 꿈을 이룰 줄 알았던 스웨덴으로선 연말까지 헝가리 설득에 집중해야 할 판에 튀르키예 의회의 비협조적 태도에까지 직면하며 이래저래 난감한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