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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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9명 무죄 판결

대법 원심판결 확정… 참사 9년만
하급심 “업무상 과실 증거 부족”
유족 “책임자에게 면죄부” 반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양경찰청 지휘부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일 업무상 과실치사·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세월호 승객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승객들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했는데도 하지 못한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해경에 거짓으로 교신하면서 퇴선 명령 없이 탈출했고, 이에 다수 승객이 탈출하지 못하고 선내에 대기 중인 상황을 해경으로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사고 당시 세월호는 무리한 양의 화물을 싣고 부실하게 고정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중심을 잃고 침몰했는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도 반영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에 대해선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사고 초기에 퇴선 명령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회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박근혜 정부 해경 지휘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참사 당시 퇴선 명령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배에서 내린 이준석 선장은 앞서 2015년 11월 살인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현장에 있으면서 부실한 구조로 승객을 숨지게 한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유가족 단체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이날 대법 판결에 대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