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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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이 띄운 ‘중진 희생론’… 술렁이는 국민의힘

‘동일 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案
3일 2호 혁신안에 포함될지 주목

대상 의원 윤재옥·권성동 등 16명
“중진 용퇴나 험지 출마로 혁신을”
"민주당에만 좋은 일” 의견 분분

“대통령하고 가까운 분들이 서울에서 출마 좀 하면 어떤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쥔 쇄신의 칼끝이 당내 기득권을 겨냥하고 있다.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과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수도권 출마론’을 꺼내든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인 위원장은 2일 KBS 인터뷰에서 ‘윤핵관에 대한 경고나 비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도권 (국회의원 수가) 100명이 넘는다. 그러면 이제 나설 때가 됐다”며 이같이 답했다. 인 위원장이 혁신 방향으로 ‘당 기득권의 희생’을 거듭 언급하면서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3일 발표될 혁신위 2호 안건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방안이 포함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재진에게 “(그동안) 정치인이 희생하지 않고 국민이 희생했는데, 이제는 문화를 바꿔 정치인이 희생하고 국민이 이득을 받아야 한다는 틀에서 (2호 안건이) 나간다”고 했다.

 

혁신위는 전날 온라인 회의에서 2호 혁신안 의제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음주운전·자녀 입시 및 채용 비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공천 룰 관련 안과 불체포·면책 특권 제한, 세비 감축, 보좌직원 제도 개편 등 국회의원 특권을 축소하는 안이 폭넓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방안의 경우, 당내 중진 상당수가 불출마하거나 지역구를 옮겨야 하는 내용인 만큼, 혁신안으로 채택될 경우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의원 31명 중 ‘휴식기’ 없이 연임한 의원은 16명으로 과반이다. 여기엔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3선), 유의동 정책위의장(경기 평택을 3선) 같은 지도부 인사들도 해당된다.

 

당내에선 당 쇄신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주장과 선거 유불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한 수도권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이 정도 희생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권성동 의원.

중진들의 용퇴는 총선 때마다 반복된 정치권의 ‘혁신 단골 메뉴’로 꼽힌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선 6선 김무성 전 의원을 시작으로 5선 원유철 전 의원, 4선 유승민 전 의원 등의 불출마 선언이 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당시 대표였던 7선 이해찬 전 의원, 국무총리였던 6선 정세균 전 의원, 5선 원혜영 전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 위원장이 이날 언급한 윤핵관 수도권 출마론도 당 기득권의 희생으로 쇄신을 꾀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권성동(강원 강릉 4선), 장제원(부산 사상 3선),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재선)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인사들은 대부분 텃밭 지역구 의원들이다.

 

총선 전략을 고려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현역 의원이 아니면 대체 인물이 없는 지역도 있다”며 “민주당에 좋은 일만 될 수 있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잘 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혁신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3선 연임을 금지하면 좋은 자원들이 다 없어지는 것”이라며 혁신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천에서 배제된 중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21대 총선 당시엔 권 의원과 김태호 의원, 윤상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