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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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면 심한 가려움증”… 전국 각지서 ‘빈대 주의보’, 대응은

서울·인천·부산시, 잇달아 방제 방안 발표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빈대 출현 사례·신고가 잇따르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빈대는 감염병을 옮기진 않아 현행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 대상 해충은 아니지만 생명력이 끈질기고, 물릴 경우 심한 가려움증과 알레르기 등을 유발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1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자체들은 신고부터 방제 작업까지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대시민 홍보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달 31일 빈대 확산을 방지하고자 숙박·목욕시설 등을 관리하는 부서 합동으로 빈대 방제 방안을 마련, 시행 중이다.

 

시는 우선 빈대 발견 시 신속한 방제를 위해 ‘빈대 발생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보건소와 120다산콜센터, 서울시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빈대 발생을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자치구가 신속히 출동해 빈대 출현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하고 방제 조치를 한다.

 

빈대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호텔, 숙박시설, 목욕장, 찜질방 등도 선제적으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 시내 숙박시설과 목욕장, 찜질방 3175곳을 대상으로 침구 세탁, 소독 여부 등 위생관리 실태를 자치구와 특별 점검하고, 연말연시까지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는 14일까지 호텔업(관광호텔, 가족호텔, 호스텔, 소형호텔 등 모두 포함)을 대상으로 소독 의무 등 위생관리기준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호텔에서 빈대 발생시 신속히 방제하도록 조치하고, 방제 이후에도 10일 간격으로 2회 추가 점검을 실시해 빈대가 박멸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과 한옥체험업에 대해서도 이달 내로 자체 소독을 할 것을 권고했다. 시는 특히 쪽방촌과 고시원 등 위생취약 시설의 빈대 예방과 방제를 강화하고자 예산 5억원을 긴급 교부해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 지하철과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 방제에도 힘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직물 소재 의자를 주기적으로 고온 스팀 청소하고,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한국방역협회를 통해 빈대 방제기술 특별교육을 하는 등 방역소독업체의 빈대방제 역량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유미 시 시민건강국장은 “빈대를 발견할 경우 보건소, 120 또는 ‘빈대 발생 신고센터’에 신고해달라”며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해 즉시 대응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오는 6일부터 내달 8일까지 찜질 시설을 갖춘 목욕탕과 숙박업소 757곳을 대상으로 관할 구청과 함께 합동 위생점검을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점검 대상은 찜질 시설을 포함한 영업장 면적이 1000㎡ 이상인 목욕탕 48곳과 객실 수 20개 이상인 숙박업소 709곳이다. 명예 공중위생 감시원과 합동점검반이 시내 목욕탕 등을 대상으로 매달 1차례 이상 소독하는지와 세탁한 수건을 손님에게 제공하는지 여부를 살핀다.

 

숙박업소에 대해서도 정기 소독 여부와 객실이나 침구의 청결 상태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위반사항을 발견하면 즉시 현장에서 시정 조치하고, 중한 위법 사항을 적발하면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처분을 할 계획이다. 시는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빈대정보집’도 관내 모든 업소에 배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인천 서구의 한 사우나 내 찜질방에서 빈대 성충과 유충이 잇따라 발견돼 불안감이 고조됐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시에서도 빈대 출현 신고가 접수돼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일 부산 중구의 한 지하상가에서 빈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관할 보건소에 접수돼 관할 지자체와 보건소 등이 즉시 확인에 나섰으나, 빈대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고자가 오인 신고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전국 각지에서 빈대가 출현하자 시는 빈대 확산 방지를 위한 빈대 관리·방제 방안을 마련하고 안내·홍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집이나 공동·숙박시설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벽 틈 등을 살펴봐야 한다. 빈대는 저녁보다 이른 새벽(3~4시)에 흡혈 활동을 하는 습성이 있어 이 시간대에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빈대에 물렸다면 우선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의약품 처방을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빈대를 발견한 지점을 중심으로 물리적 방제(스팀 고열, 건조기 이용)와 화학적 방제(살충제 처리)를 병행해 방제해야 한다. 여행 도중 빈대에 노출된 적이 있을 경우 여행용품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시는 시민들이 빈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발견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을 시 누리집에 게재해 상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