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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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리더십, 인종·性 유리천장 깨고 ‘펩시코 시대’ 열다

인생의 전부/인드라 누이 지음/신솔잎 옮김/한국경제신문/2만7000원

 

‘만년 2위 기업’. 펩시코(PepsiCo)는 이런 꼬리표를 단 기업 중 하나였다. ‘코크(Coke)’를 내세운 코카콜라에 밀려 늘 대체재로만 취급됐다.

상황을 뒤집은 것은 인도 출신의 여성. 2006년 대표 취임 이후 이 여성은 음료·식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재편하면서 포천 500대 기업과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질렀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12년간 펩시코의 매출은 80% 이상 늘었고 주가는 78% 올랐다.

인드라 누이 지음/신솔잎 옮김/한국경제신문/2만7000원

그 여성이 바로 ‘포천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5년 연속)’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세계를 움직인 재계의 여성’ ‘타임이 꼽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드라 누이다.

인종(인도 출신)과 성별(여성)에서 철저한 비주류인 인드라 누이는 백인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의 유리천장을 깨고, 나아가 이 기업을 1등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을까.

신간 ‘인생의 전부’는 누이가 직접 풀어낸 그의 인생 여정이다.

1부와 2부는 펩시 재직 이전의 그의 삶을 그린다. 1부는 인도에서 보낸 청소년기 성장 과정과 마드라스대학·캘커타 예일경영대학원 등 학창 시절을 담았고, 2부는 미국으로 옮긴 후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모토롤라 재직 시절이 포함됐다. 이 시기에 누이는 결혼·육아를 거치며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바쁜 삶을 살았다. 이후 그가 기업과 정부의 돌봄 생태계와 유급 휴가, 유연 근무 등을 강조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3부와 4부는 ‘펩시코 시대’에 대한 소회를 담았다. 1994년 펩시코에 입사 후 2006년 CEO로 승진한 그는 ‘목적 있는 성과(PwP)’라는 경영 이념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때 발휘한 ‘부드러운 리더십’은 수많은 경영인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될 만큼 파격적이었다. 4부에서는 ‘일과 삶, 우리의 미래에 대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가정과 직장,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각한 인간적인 고민을 공유한다. 또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도 전한다. 특출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를 화려하게 부각하기보다는 누구나 가진 인간적인 면모와 따뜻함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그의 리더십을 느낄 수 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