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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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자유권위원회 “이태원 참사, 독립기관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권고”

사형제 폐지·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명예훼손 비범죄화도 고려”
정부 “참사 직후 대대적 수사·유족 지원…사형제 유지 입장” 소명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기관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3일(한국시간) 오후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의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기억의 길에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립하고 책임자를 사법 처리하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참사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도 권고했다. 

 

지난해 10월29일 벌어진 참사로 156명이 숨진 지 1년여 만에 국제기구가 정부를 상대로 내놓은 첫 권고다.

 

형사사법 분야에서는 우리 정부에 사형제 폐지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명예훼손죄 비범죄화를 고려하고,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 또는 개정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국제사회와 인권 단체 등은 형법·정보통신망법 등에 규정된 명예훼손 처벌 조항과 이적행위 찬양·고무 등을 금지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속해서 지적해왔다.

 

아울러 위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범죄 근절, ‘비동의 간음죄’ 도입 또한 권고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환영하지만 복무 기간을 축소하고 복무 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의견도 표명했다.

 

위원회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개정 움직임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고,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관련 조항 개정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북한 인권 분야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보장하고, 이들이 당국의 조사·임시 보호를 받을 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법 접근성을 보장하고 이를 법률에 명시하라고도 권고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마무리된 심의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참사 직후부터 경찰·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고 있으며, 범부처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위원회에 소명했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의 비범죄화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만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강력한 민사 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구비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뜻을 밝혔으며, 국가보안법 제7조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의 안보 위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합법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소명했다. 사형제에 관해서는 “헌법에 규정된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대체 형벌의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유지하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대해 “정부의 인신매매방지법·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노동조합법 개정,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환영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 권고 내용 중 이중차별 금지 및 혐오표현 범죄 근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는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이후 국내 자유권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