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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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윤·지도부 희생 필요”, 與 결단해야 혁신 동력 생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친윤(친윤석열)계와 당 지도부의 내년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제4차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의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발표 직후 라디오에 나와서는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와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포기하라”고도 했다. 혁신위는 이를 권고 사항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 혁신을 위해서는 이런 ‘선당후사’가 필요하다.

김기현 대표는 “정식 제안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고, 다른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은 침묵했다. 일부는 “혁신위의 월권” 운운하며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냈던 이용 의원만이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 위원장은 그제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았으나, 대화는 불발됐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방문이었지만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을 향해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뒀다. 이 전 대표는 의사이기도 한 인 위원장의 면전에서 “내가 환자인가”라며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렇게 반발과 분열이 계속되면 혁신위는 좀처럼 동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불출마·험지 출마 기준에 부합한다고 여겨지는 이는 30∼40명이다. 김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 함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이철규·권성동 의원 등도 포함된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의 김 대표는 취임 후 7개월 동안 용산 대통령실의 뜻을 받드는 것 말고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여권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면 김 대표부터 혁신안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혁신위 출범 때 “전권을 위임할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친윤 핵심들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혁신의 물꼬가 트이고 국민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혁신위는 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 특권 전면 포기 및 세비 감축 등도 권고했다. 한국 정치의 쇄신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다. 대부분 여야 합의가 필요한 만큼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민주당은 변화와 쇄신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