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스윕.’ 시리즈 경기에서 연패 뒤 1패만 추가하면 탈락하는 상황에서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 역전하는 기적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트시즌(PS) 5전3승제 시리즈에서 이런 역스윕을 달성한 확률은 15.4%에 불과했다. 역대 1∼2차전을 패한 26팀 중 3∼5차전을 모두 이긴 역전 드라마를 쓴 경우는 4차례가 전부였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2010년 두산(롯데 상대), 2013년 두산(넥센 상대), PO에선 1996년 현대(쌍방울 상대), 2009년 SK(두산 상대)가 역스윕에 성공한 바 있다.
마법사 군단 KT가 14년 만에 역스윕에 성공하며 2년 만의 한국시리즈(7전4승제)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5일 경기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PO NC와의 마지막 5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1∼2차전 홈에서 패배한 뒤 벼랑 끝에 몰렸던 KT는 3∼5차전을 내리 이기며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정규 시즌 4위로 PS에 진출해 두산과 와일드카드전부터 SSG와의 준PO, NC와의 PO 1∼2차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가을 돌풍을 일으킨 NC는 결국 KT에 마법을 풀지 못하며 시즌을 마쳤다.
이번 시즌 KT는 기적의 연속이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평가됐지만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 속에 6월 초 최하위인 10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다친 선수들이 복귀하며 차근차근 승리를 쌓은 KT는 결국 75일 만에 2위까지 급반등에 성공했고, PO에 직행했다. 그렇게 돌입한 가을 야구에서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연승에 성공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는 기적을 또 썼다.
이날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한 건 NC였다. ‘에이스’ 에릭 페디의 컨디션 난조로 NC 선발로 나선 신민혁이 4회 말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이며 KT 타선을 묶었다. 이런 사이 NC는 KT의 실책으로 얻은 찬스를 살려 3회 초 선취점을 뽑았고, 5회 초에는 김형준의 2루타와 손아섭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하지만 5회 말 ‘KT 매직’이 시작됐다. 신민혁에 막혔던 KT의 방망이가 장성우의 호쾌한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문상철의 좌전 안타로 1사 1, 3루를 만들었다.
결정적인 찬스에 이강철 KT 감독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부상으로 수비와 주루를 하기 힘들어 PO에서 대타로만 등장해 4타수 2안타로 뜨거운 감각을 자랑하던 김민혁 카드를 꺼낸 것이다. 타석에 들어선 김민혁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신민혁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경기는 2-2 원점이 됐다.
분위기를 가져온 KT는 6회 말 결국 역전했다. 김상수와 황재균의 연속 안타, 앤서니 알포드의 볼넷으로 무사만루 기회가 찾아왔다. 박병호가 땅볼 병살타를 쳤지만 3루 주자 김상수가 홈을 밟았고 이것이 결승점이 됐다. KT는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에 이어 6회부터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의 필승 불펜진이 무실점 역투를 보여줬다. 귀중한 동점 적시타의 주인공 김민혁은 5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번 PO MVP는 KT 필승 불펜의 핵 손동현이 꼽혔다. 5차전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포함 PO 5경기에 모두 나서 7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1승 1홀드를 수확한 공을 인정받았다.
이제 한국시리즈(7전4승제)에 진출한 KT는 정규리그 우승팀 LG를 만난다. 2021년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한 KT는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리는 반면 LG는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벼르고 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오는 7일 LG의 홈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