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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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성벽 속 작은 마을… 골목마다 유적지 넘쳐난다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⑬ 바스티아

도시 곶에 세운 ‘바스티유’서 유래된 도시명
항구와 주변 산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 연출
골목길 들어서자 성당·예배당·총독 관저 눈길
다양한 색조의 다채로운 건물들 엽서 연상
이탈리아로 향하는 페리엔 차량 행렬 북적
뜨겁게 포옹해주는 열기… 피렌체 품으로

‘바스티아’라는 도시명은 14세기 제노바 총독들이 도시의 곶에 세운 ‘바스티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작은 마을, 마주하는 골목길들은 성당과 예배당, 총독 관저와 같은 유적지들과 이어져 있다. 하늘 위로는 갈매기 떼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바다 위에는 입항하는 선박들과 부두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성채에서 바라보는 독특한 지형의 바스티아! 항구와 주변 산들이 어우러져 멋진 전경을 펼친다. 주변 다양한 색조로 장식된 다채로운 건물들은 엽서를 연상시킨다. 그림 같은 풍경 따라 도시 심장이자 영혼인 항구로 되돌아온다. 스치는 건축물들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얽힌 코르시카 과거 이야기를 끊임없이 건넨다.

바스티아 호텔 풍경.

예상보다 늦은 호텔 체크인을 했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나니 허기가 밀려온다. 부둣가에서 지나쳤던 카페거리 식당으로 나설까? 신선한 해산물과 현지 와인으로 유혹하는 손짓을 떨쳐 버리고 호텔 야외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안내받은 테이블은 조금 전 고민이 아쉽지 않을 만큼 멋진 전망을 제공한다. 조금은 투박한 듯한 미소지만 따뜻하고 친절한 종업원의 환대는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상큼하고 시원한 코르시카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먼저 주문하고 식사를 기다린다. 옆 테이블에선 맥아와 홉을 사용해 만든 코르시카 맥주 피에트라를 즐기며 가족들이 식사를 나눈다. 분홍빛과 금빛 색조를 띠면서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태양이 분위기를 돋운다. 지중해 푸른 물, 금빛 모래! 아름다움이 멋진 시간을 더한다.

항구 풍경. 항구에는 배들이 왕래하고 흥분한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이른 아침, 태양이 하늘 높이 차 오르고 지중해가 사파이어처럼 반짝인다. 프랑스의 매력적인 항구 바스티아에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멀지 않은 터미널로 향한다. 이탈리아로 향하는 페리에 오르기 위해 티켓을 내민다. 북적이는 차량 행렬을 따라 기다린다. 앞에 서 있는 차들을 따라 페리에 오르고 주차한다. 갑판 위로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순간, 이 항해가 가장 뜨거운 이탈리아 모험의 서막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페리 안의 승객들.

여객선이 코르시카 해안을 출발한다. 멀리 바스티아의 매력적인 항구 풍경이 희미해지고 앞으로 펼쳐질 여정의 기대는 커져만 간다. 시원한 바다 공기는 거침없는 태양을 피하는 반가운 휴식이다. 갑판의 사람들은 불볕더위가 뒤덮을 것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온화한 코르시카 기후를 즐긴다. 페리가 이탈리아 해안선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점점 짙어졌고, 앞을 향해 올라오는 뜨거움은 불을 내뿜는 것처럼 느껴진다. 항구에 도착한 순간, 태양이 열기를 내뿜듯 하선을 기다리는 승객들을 휘감는다.

 

이탈리아 항구는 활기찬 벌집 같다. 배들이 왕래하고 흥분한 여행객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곳을 지배하는 것은 뜨거운 열기이다. 억눌린 열기가 환호의 탄성을 훔쳤다. 땅에 발을 디딘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의 장처럼 뜨거운 벽이 막아선다. 포근한 담요처럼 감싸 주는 열기는 숨 막히는 포옹에 가까웠다. 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솟았고, 주위 사람들 역시 같은 모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답답한 듯 칭얼거리는 아이들 불평이 전해진다.

페리 갑판 위. 시원한 바다 공기는 거침없는 태양을 피하는 반가운 휴식이다. 갑판의 사람들은 불볕더위가 뒤덮을 것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온화한 코르시카 기후를 즐긴다.

항구를 벗어나 피렌체로 향한다. 피렌체로의 여행은 이탈리아의 예술적, 문화적인 경이로움을 발견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작되었다. 날씨 영향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태양은 다른 계획을 품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언덕과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졌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끊임없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뿐이다. 고속도로 위 운전은 마치 바퀴 달린 오븐을 조작하는 듯했다. 폭염 속에 토스카나를 통과한다. 태양은 쉴 새 없이 타오르며 산허리를 반짝이는 열기의 파도로 바꾸어 놓았다. 차량 에어컨이 차가운 바람을 내뿜어도 실내 온도는 변함이 없다. 시골은 금빛 갈색 그늘로 칠해져 있었고, 포도밭은 햇볕을 쬐고 있는 듯 보였다. 스치는 편백나무는 지나간 시대의 보초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마치 더위가 땅 위로 마법의 주문을 던져 모든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 순간, 시원한 젤라토의 짜릿함이 그립다.

피렌체 광장.

드디어 피렌체에 이른다. 도시 자체가 불볕더위를 흡수한 듯 좁은 자갈길이 따뜻함을 뿜어내고, 붉은 타일 지붕은 속이 타오르는 듯한 빛을 발한다. 어둑해지는 광장 앞을 가로질러 주차하고 짐을 내린다. 매력적인 광장 앞, 햇볕에 흠뻑 젖은 산책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