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호진 회장 사면은 특혜”…태광그룹 국회 토론회서 뭇매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 유전무죄 실태‘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선 사면 두달 만에 경찰의 수사 위기에 놓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기업인의 사면과 복권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 등이 이뤄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인사말에서 “불공정의 시대, 부정부패의 경제, 불공평한 사회의 경제민주화라는 공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사회적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라면서 “법치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6개월마다 특별사면으로 법치를 훼손하면서 경제사범들에게 특혜와 면죄부”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 유전무죄 실태‘ 대토론회. 김건호 기자

같은당 박주민 의원 역시 특별사면 직후 경찰 수사대상에 오른 태광그룹을 지목하면서 “정부는 이번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며 “비리 기업인의 사면과 복권은 경제 활성화는커녕 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성실히 일해 온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힘없고 배경 없는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태광그룹을 통해 도전 받고, 퇴행을 거듭했다”면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이 시대에 태광그룹은 ‘황제보석’으로 국가 사법기강을 비웃은 것도 모자라 ‘특별사면’을 통해서 재벌과 법조 카르텔의 위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또 “법무부 역대 장차관이 직접 연루된 황제보석과 특별사면이 ‘희대의 법무부 스캔들’로 중대한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법치는 재벌과 일반국민으로 양분된 '귀족사회 법체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황제보석 논란 당시 조국 법무장관의 탄원서 제출로 논란이 되었고, 특별사면 과정에서 이노공 법무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의 임원으로 재직했단 사실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선 이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권영국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역사적, 정치적 산물로서 사회통합이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권한이지만, 무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것은 헌법적 가치 질서와 형사사법 정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사면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면법 개정’을 통해 특별사면권 행사의 제한 및 견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 유전무죄 실태‘ 대토론회. 김건호 기자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 전 회장은 복권 이후 2달 만에 2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하지만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왔다. 앞서 그는 검찰에 기소된 이후인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즉 만기출소 시점이 2021년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2026년 10월까지는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을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사면 덕분에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또다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의 사면을 결정한 정부 마저도 멋쩍은 상황이 됐다. 

 

이날 주제 토론은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대표의 사회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이호동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이사장이 참여해 경제민주화 담론과 태광그룹 논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채권 등 자산운용이 또 다른 계열사인 흥국자산운용에 10조원대 규모로 수혈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지적됐다. 흥국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사실상의 대주주로 대기업 보험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국회에서 과거에도 지적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기업 총수가 대주주인 자산운용사는 극소수이며 특히 이 전 회장의 사법처리 기간 중에 수십억원의 배당금까지 챙긴 사실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 측은 “흥국자산운용의 경우 자회사 위탁 운용비율이 60%대로 90% 이상인 삼성이나 한화 대비 작은 수준”이라며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이상없음 결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가 사회의 시대정신이자 시민권리인 경제민주화가 곧 민생경제”라며 “경제구조부터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국가”라고 밝혔다.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 유전무죄 실태‘ 대토론회. 김건호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민주화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들은 경제민주화 실천 공동선언문을 제안했다. 경제민주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 지속과 기업인 사법특혜에 반대하며 공정법치를 위한 정책 제안 추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경제민주화의 제도화를 추구, 불공정한 경제구조에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의 역할 모색, 경제 생태계의 투명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5대 원칙이다.

 

2023년 경제민주화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박주민 의원,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하고, 참여연대 금융센터, 한국투명성기구,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민주노총 전해투, 태광그룹혁신연대, 흥국생명 해복투, 태광하청비대위 등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관했다.

 

지난 1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사면심사위 심사에서 회피하였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