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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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행들 ‘이자장사’ 비판 마땅하나 ‘관치금융’ 명분 될 순 없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 ATM기.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독과점’ 등 발언을 계기로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은행 때리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중은행은 별다른 혁신 없이 매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다”면서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을 촉구했다. 그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취지로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동안 손쉬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혁신이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은행권의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기업과 가계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짓눌려 아우성인데 은행들의 사상 최대 실적 소식은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시중 5대 은행이 3분기에 거둔 이자이익이 10조원을 넘는다. 누적 이자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 기록을 달성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매년 비이자 이익은 줄고 있는 걸 보면 고금리 기조 속에서 대출금리는 재빨리,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를 했음이 자명하다.

금융기관들이 오랫동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해외점포에서 나오는 수익은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도 임직원 1인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에 300~400% 성과급, 3억원이 넘는 희망퇴직금 등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했으니 국민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반면에 은행 점포 축소에 따른 노인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는 날로 심각해지는 지경이다. 이러니 금융권에 횡재세를 부과해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금융권을 악질기업으로 매도하거나 관치에 나서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회장 인사 관련 발언이나 주택담보대출 금리 제한으로 ‘신관치’ 논란이 제기됐는데 달라진 게 없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직후 정부와 여권 관계자들이 충성 경쟁을 하듯 금융권을 몰아세우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오는 16일 금융지주 회장들 소집 통보를 받은 금융기관들은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우물 안에서 이자놀이에만 급급한 은행이나 수시로 관치 개입을 하는 듯한 정부가 과연 선진 글로벌 금융을 운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