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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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씨 조용히 좀 하세요!”…이준석, 식당 옆방서 安에 고함

李, 자신에 대한 비판 들리자 고함
安 측 “동석자 질문에 답변한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8월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각각 점심을 먹다 칸막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양측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각각 취재진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난 4일 부산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한 것을 비판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행사 내내 인 위원장을 향해 영어로 응대하며 거리를 뒀는데, 이는 인 위원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는 취지의 지적이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반대로 생각하면 교포 2세에게 미국 정치인이 한국말로 얘기하는 건 ‘너는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다”, “적어도 의사에게는 ‘닥터 린튼’이라고 해야 했는데 ‘미스터 린튼’이라고 한 건 대놓고 무시한 것”, “영어를 잘 못하는 거 같다” 등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안 의원은 당 최고위가 혁신위 제안으로 이 전 대표 징계를 철회한 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자신에 대한 ‘심장 이상설’을 언급한 점 등에 대해서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때 옆방에서 식사하며 이를 들은 이 전 대표가 “안철수씨 식사 좀 합시다. 조용히 좀 하세요”라고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 이 전 대표는 칸막이 너머로 들리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듣고 안 의원의 존재를 인지했다. 식당 측이 옆칸에 누가 있는지 사전 안내 하지 않았지만 얇은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져 방음에 취약한 식당 구조로 인해 상대를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안 의원은 “내가 틀린 말 한 건 없지. 모두가 이준석을 싫어하는데 같이 할 사람이 있겠나. 소리치는 것 봐라”라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후로는 고성이 오가지 않았고, 두 사람은 각자 식사를 마친 뒤 마주치지 않은 채 식당을 떠났다.

 

안 의원 측은 “동석자들에게 인 위원장의 부산 방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한 것이다. 먼저 (헤이트 스피치)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이 전 대표) 제명운동도 해서 감정이 안 좋을 수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서 소속 정당을 달리해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악연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안 의원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불거진 ‘욕설 논란’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이 전 대표 제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