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간호대 등 의학계 대학원생들이 다른 계열에 비해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해 11월22일부터 한 달간 인문사회예술계·자연계·공학계·의학계 등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 1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의학계 대학원생의 언어·신체폭력 경험 비율은 다른 계열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의학계 대학원생은 4명 중 1명꼴(24.8%)로 ‘재학 중 폭언, 욕설을 들었다’고 응답했는데, 전체 평균(15.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다른 계열은 자연계 18.9%, 공학계 14.4%, 전문대학원 13.7%, 인문사회예술계 12.1%였다. 기합, 구타를 비롯해 신체폭력을 당한 비율 역시 의학계에서 7.4%로 가장 높아 전체 평균(2.5%)의 세 배에 달했다.
차별과 배제를 경험한 비율도 의학계 대학원생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차별이 존재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비율은 의학계열(53.1%)에서 유일하게 절반을 넘겼다. ‘갑질, 집단 따돌림, 배제, 소외 등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있다’고 답한 비율도 의학계가 23.5%로 가장 높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답한 의학계 대학원생은 36.9%로 전체 평균(22.4%)보다 높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응답자도 27.5%로 평균(19.3%)을 웃돌았다.
주목할 점은 설문에 응한 대학원생 5명 중 1명 이상(22.6%)이 ‘재학 중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특히 의학계의 경우 연구실의 폐쇄적 분위기와 수직적 위계질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고 분석했다.